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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ㆍ말레이 무슬림 2억명…거대 시장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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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ㆍ말레이 무슬림 2억명…거대 시장 ‘러브콜’

입력
2017.04.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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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들이 2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서쪽 라왕 지역에 있는 한 폭포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라왕=AP 연합뉴스
무슬림들이 2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서쪽 라왕 지역에 있는 한 폭포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라왕=AP 연합뉴스

“한국에 올 수 있는 동남아 무슬림 관광객들 어디 없나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하던 연초 이후 여행업계 지인들로부터 몇 차례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사실상 자취를 감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신할 수익원을 찾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방한 관광객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던 유커(遊客)들의 빈자리를 메워 줄 적임자로 가장 많이 언급된 후보는 동남아시아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이었다. 한국을 찾는 동남아 관광객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무슬림 인구에 본격적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언론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동남아 무슬림들에게 주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미 전 세계가 동남아 무슬림 시장에 초점을 맞춰 온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동남아 무슬림의 양대 산맥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남다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동남아에는 2억4,000만~2억5,000만명의 무슬림이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동남아 전체 인구 6억여명의 40%를 차지하는 묵직한 수치이다. 무슬림 인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 회원국 중에서 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집중돼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85%인 2억1,000만명이, 말레이시아는 국민의 60%가량인 1,800만명이 무슬림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가 국교인 브루나이는 물론 말레이어가 4개 공용어 중 하나인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도 어렵지 않게 무슬림들을 찾아볼 수 있다. 또 각각 가톨릭 신자와 불교 신자가 절대 다수인 필리핀, 태국에도 수백만 명 이상의 무슬림들이 역사적으로 삶의 터전을 잡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슬람 신자의 90%가 몰려 있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무슬림의 핵심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이들 두 나라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성장 및 이에 따른 소비 계층의 부상에 있다. 신흥시장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2~2016년 연평균 5.3%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동남아 중산층 공략을 위한 전초 기지로 각광받는 말레이시아 역시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에 버금가는 연평균 5.1%의 성장가도를 달렸다. 경제 발전과 함께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급증하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2020년이면 4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동남아 중산층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사용 인구의 폭발에 집중한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과 벤처캐피털까지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례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만 이미 2,2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질 정도다. 현실적으로 아직 중국에 견줄 만한 성장세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중동과 남미 등을 제치고 아세안, 그중에서도 동남아 무슬림 시장이 남달리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동안 아세안의 1등 국가로는 주저 없이 싱가포르가 꼽혀 왔다. 동남아에서는 유일하게 서구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소국으로 분류되는 싱가포르는 단연 이웃 나라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무슬림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싱가포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머릿수와 땅덩이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거센 도전장을 내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단일 국가로는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신자를 자랑한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30세 이하인 젊은 무슬림 노동력을 앞세워 아세안 역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홀로 책임지고 있다. ‘Bhinneka Tunggal Ika(다양성 속의 통일)’을 국가 모토로 내세운 인도네시아는 온건 성향의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독특한 정치 모델로도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협치와 연정을 통해 300여개 종족이 700여개 언어를 사용하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를 큰 무리 없이 꾸려 오고 있다고 학자들은 대체로 입을 모은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 분야가 가장 돋보인다. 2020년까지 이슬람 금융의 비중을 국내 금융의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아시아 이슬람 금융의 허브로 도약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평가기관들이 발표하는 이슬람 금융 경쟁력 조사에서 내로라하는 이슬람 부국들을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와 함께 중동이 원조인 이슬람 대학 교육과 ‘할랄(Halalㆍ무슬림이 먹고 마시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한 식품)’ 인증 분야 등에서도 가장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종교가 사회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두 나라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종교의 과도한 영향력에 따른 국가 발전 위축 및 뿌리 깊은 부정부패,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남녀차별 관습 등이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외에 동남아 경제를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소수 화교 자본과 다수 원주민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실제 최근 치러졌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결과는 이러한 염려가 기우가 아닐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슬람 신성모독 의혹을 받아 온 중국계 비무슬림 현 주지사가 강경파 무슬림들의 반발 속에 1차 투표에서 승리하고도 무슬림 대 비무슬림 양자 대결의 결선 투표에서는 결국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는 동남아 무슬림 시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행선지이다. 같은 아시아 대륙에 속해 있는 또 다른 종교 문화권에 진지한 애정을 가지고 다가가야 할 때이다.

방정환 아세안 비즈니스 센터 이사ㆍ‘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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