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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정말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입력
2017.10.26 16:3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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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형’ 가격구조 특성 간과 말아야

넘치는 유동자금 ‘뇌관’ 안 건드리고

‘강남 특수’ 늦출 특별한 공급확대를

6ㆍ19, 8ㆍ2 대책에 이은 10ㆍ24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정부의 ‘집값 잡기 3종 세트’가 완성됐다. 전매 제한과 투기과열지구 부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이 고루 들어갔지만 핵심은 역시 대출규제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가 모두 40%로 낮아졌다. 기존 주택담보 대출 원금까지 감안한 신DTI,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을 반영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까지 예고됐으니, 빚 내서 집 사는 버릇은 끊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3종 신기(神器)’에도 흔들리지 않을 곳이 있다. 바로 서울 강남이다. ‘강남 불패’ 신화를 깨려던 노무현 정부의 노력이 역효과만 빚었듯, 문재인 정부의 ‘3종 세트’ 또한 강남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리란 관측이 무성하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이 드는 몇 가지 근거는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우선 대도시 핵심 지역 집값은 경제성장과 함께 꾸준히 상승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는 물론이고, 유럽 주요 도시 ‘노른자위’ 지역의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매년 천장을 때렸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금세 그 천장이 뚫렸다. 한국이라고 예외이기 어렵다.

경제가 연 2%만 성장해도 정권 수명인 5년이면 10.4%의 집값 상승 압력이 생긴다. 성장의 과실이 고루 분배돼도 그럴진대, 뚜렷한 양극화 흐름 속에서 느껴질 강남 집값 상승 압력은 그보다 훨씬 크게 마련이다. 전용면적 85㎡ 새 아파트가 15억원이라니, 10%만 올라도 1억5,000만원이다. 주민의 소득 특성을 감안하면 5년에 2억원이 올라도 대수로울 게 없다. 서울 변두리의 5억원짜리 아파트가 기껏 5,000만원 오를 것과의 상대적 격차만 두드러질 뿐이다. 대도시의 집값 분포가 이처럼 사다리꼴에서 밑변이 넓은 이등변삼각형, 다시 첨탑형으로 옮겨가는 것 또한 세계적 현상이다.

서울 주변부 집값은 장기적 인구 감소나 금리 상승 추세에 따른 수요 감축의 영향을 받겠지만, 강남은 시장의 평균 수요를 크게 웃도는 특별한 수요가 오히려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강남 집값은 빠지지 않으리란 ‘안심 수요’에 덧붙여 한국사회에서 유별난 힘을 발하는 ‘위신 수요’까지 강하기 때문이다. 위신 수요는 서울 사람이든 지방 사람이든 강남에 아파트 한 채는 가져야 가슴을 펼 수 있다는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강남 재건축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방으로부터의 위신 수요는 지금도 강세다.

안심 수요나 위신 수요 모두 실수요이자 유효수요다. 양도세율을 인상해도 어차피 양도차익에서 부담하면 되고, 대출규제를 강화해도 애초에 돈 빌리지 않고 가진 돈만으로 살 수 있다. 정부 조치가 어설픈 시장 진입을 차단해 주면, 기본적으로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위신 수요는 오히려 부추겨질 수 있다.

그러니 일반적 수요 감축에 치중한 정부의 ‘3종 세트’로는 강남 집값 잡기는 난망이다. 반면에 시장에 조금의 틈만 생겨도 강남 집값이 치솟아 폭발적으로 주변으로 번지리란 우려는 여전하다. 1,000조원에 육박한 유동자금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언제 집값 폭등으로 치달을지 모르는 마당에 그 뇌관인 강남 집값을 ‘특수 현상’으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시장의 잇따른 권고에도 불구하고 ‘3종 세트’는 끝내 강남 아파트 공급확대를 빠뜨렸다. 시장의 오해를 피하려는 뜻도 있겠지만, 강남에는 그런 주문에 맞출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간절히 찾고자 하면 영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재건축이 시작됐거나 대기 중인 개포ㆍ대치 지역 등의 용적률을 크게 끌어올려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도시 광산’ 못잖은 공간의 재발견으로 특별히 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얼마든지 강남 특수(特需)에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찔끔찔끔 늘려봐야 헛일이다. 확 늘려서 미래의 잠재수요까지 흡수해야 한다. 이 기회마저 놓쳐서는 ‘강남 불패’는 법칙으로 굳는다. 강남과 이해 무관한 사람의 생각이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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