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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특권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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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특권의 왕국

입력
2016.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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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은 한 사회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인정해 주는 특별한 권리 또는 의무의 면제를 뜻한다.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당하지 않는 대통령, 국회에서의 직무상 발언ㆍ표결에 대해 형사상 책임을 면하는 국회의원의 특권은 헌법이 보장한다. 가족이 범인인 경우 숨겨줘도 형을 면하고 친족의 형사 책임과 관련된 증언을 거부할 권리 등은 형법이 인정한다. 헌법이나 법률상 특권은 그만한 이유와 필요에 의해 보장된 것이지만,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데다 세월 따라 악습ㆍ폐습 성격만 강화된 특권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친인척의 보좌관ㆍ인턴 채용으로 ‘국회의원실이 가족 비즈니스 창구냐’는 비아냥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사적 용도로 사용해 문제가 된 수억원의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제출도 필요 없었다. 세금을 쓰는데도 증빙자료가 불필요하다니 눈먼 돈이나 다름 없다. 한시 기구로 출범한 특위 가운데 회의 한번 제대로 열지 않고도 위원장이 매달 600여만원의 활동비를 받기도 한다. 그 사용 내역은 기밀 취급을 받아 아예 공개되지도 않는다.

▦ 선진국 의원이라고 특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 의원은 버스, 기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 영수증을 의회에 내면 돈을 돌려받지만 택시를 타야만 했던 사유도 함께 밝혀야 한다. 의원 대부분은 자전거나 대중교통으로 의회에 간다. 관용차는 의회에 3대뿐이다. 세금을 천금같이 아끼는 투명사회는 이렇다. 보좌관도 의원 두 명에 한 명꼴이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지키지 못하는 유일한 직업이어서 가정을 위해 의원 절반은 차기 선거 출마를 포기할 정도란다.

▦ 생산성에 견주어 중형 관용차를 주고, 보좌관ㆍ인턴 등을 9명까지 둘 수 있는 우리 의원의 권리가 적정한지는 늘 논란이 된다. 최대 꼴불견은 상임위나 청문회에서 호통치고, 막말하는 특권이다. 출석한 공무원을 마구 대하고, 더러는 범법자 취급하기 일쑤다. 오랜 관 우위 사회의 폐해에 대한 반작용도 있겠지만 기본 소양과 예의를 갖출 때가 됐다. 기자가 아는 한 고위공무원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고 했다. 20대 국회가 특권 내려놓기를 하겠다니, 수 백 가지나 된다는 의원 특권이 국민 눈높이까지 내려올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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