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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망, 영국인으로서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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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망, 영국인으로서 책임감”

입력
2016.05.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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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유가족 英 방문으로 관심

“귀국 후 옥시 사태 진실 알릴 것

한국정부도 외교적 해결 노력을”

영국인 앤드루 젠슨씨가 26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 옥시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인 앤드루 젠슨씨가 26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 옥시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인으로서 영국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의 잘못에 책임을 지고 싶었습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관련 시위에 중년의 백인 남성이 눈에 띄었다. 피해자 유족과 환경단체 관계자들 틈에 섞여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한 이 남성은 영국인 앤드루 젠슨(54)씨다.

그는 한 달 일정으로 휴가를 내고 14일 한국에 들어온 이후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비롯, 세월호 참사,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17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윤성규 환경부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했고, 15일에는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를 방문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도 참석해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대학생들도 만났다.

옥시와 전혀 무관하다는 그가 굳이 한국을 찾아 피켓을 드는 이유는 뭘까. 젠슨씨는 27일 인터뷰에서 “영국 국민 누군가는 사죄를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달 초 옥시의 영국 본사 항의방문 차 런던을 찾은 피해자 유가족 김덕종(40)씨를 만나면서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김덕종씨가 아들 기일인 7일에 아들 사진을 들고 대관람차 런던아이를 탔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계인 아내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다. 젠슨씨는 아내 김대비(42)씨와 함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영국 그룹’의 일원으로 매달 추모 침묵시위를 해왔다.

젠슨씨는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가습기살균제 사태 역시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무책임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사태 초기에 ‘가습기살균제는 환경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얘기다. 젠슨씨는 “영국 기업 문제에 방관하는 영국 정부도 잘못이 크지만 한국 정부 차원에서 왜 적극적인 외교적 해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런던의 한 국제학교 교직원인 그는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정부의 태만을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슨씨는 “평화롭게 진행되는 위안부 수요시위 현장도 경찰이 감시하는 등 한국은 시민의 의견 표현에 대한 공권력의 억압이 심한 것 같다”며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당당하게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14일 한국을 떠나는 젠슨씨는 영국으로 돌아간 뒤 아내와 함께 영국사회에 옥시 사태의 진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젠슨씨는 “다른 나라에서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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