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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트렌드, NOW] ‘아날로그’ 손편지의 성지가 된 일본 후지산 정상 우체국

입력
2018.08.14 17:35
수정
2018.08.14 18:5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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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지만 의미있는 기념품” 인기

작년에만 9만7000통 소식 전해

후지산 정상 우체국. 빨간색 우체통이 앙증맞게 서 있다. 위키피디아 캡처
후지산 정상 우체국. 빨간색 우체통이 앙증맞게 서 있다. 위키피디아 캡처

소셜미디어(SNS)의 ‘좋아요’ 버튼보다 소인이 찍힌 편지봉투가 더 대접받는 곳이 있다. 해발고도 3,776m. 일본에서 제일 높은 후지산 정상의 자그마한 우체국에는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진심을 눌러 담아 쓴, 편지 꾸러미가 넘쳐 자그마한 언덕을 이룰 정도다. 이메일과 각종 SNS, 메신저가 넘쳐나지만 아날로그 소통 방식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후지산 우체국을 방문한 이는 1만8,000명. 이들이 산 아래로 띄어 보낸 편지만 해도 9만 7,000통에 달한다. 지상에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우체통이 후지산 정상에서만큼은 반드시 들러야 할 ‘성지(聖地)’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곳을 들르기 위해선 최대 6시간의 산행도 감수해야 하지만 일본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온 관광객들의 모습을 흔히 찾아 볼 수 있을 만큼 인기가 좋다. 도쿄 인근 요코다 공군기지에 근무하는 한 군인은 미국의 가족들에게 4통의 편지를 부쳤다. 그에게 손 편지는 “값싸지만, 가장 의미 있는 기념품”이었다.

후지산 우체국의 인기는 수익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전역에서 우편 서비스 산업은 수년째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곳 역시 후지산 우체국이다. 2만4,000개 지점을 보유한 일본 우정산업은 우편 서비스 분야에서만 지난해 35억달러 손해를 봤다. 대신 은행과 보험 사업으로 실적을 메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후지산 우체국의 경우 지난해만 10만9,000달러(1억2,300만원)의 수익을 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혹여 배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편지 운송도 사람이 직접 담당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2단계로 나뉘는데 산 꼭대기에서 중턱까지는 불도저 모양의 트랙터가 한번에 1만통 가량의 우편물을 운반한다. 이후엔 일반 차량이 전달 받은 뒤, 각 지역으로 배달에 나선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여름 휴가철에는 이틀에 한번 꼴로 트랙터를 운행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산을 오르내리며 모든 우편물을 날랐다고 한다.

후지산 우체국 지점장인 모토히코 마츠미씨는 “사람들이 꾸준히 후지산을 오르는 한, 산 꼭대기 우체국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뿌듯해 했다. 1906년에 문을 연 후지산 우체국의 전성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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