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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물지 못한 노선영ㆍ김보름 파문, 결국은 리더십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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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물지 못한 노선영ㆍ김보름 파문, 결국은 리더십의 문제

입력
2018.02.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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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이승훈/사진=연합뉴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여러 사람이 저마다 제 주장대로 배를 몰려고 하면 물로 못 가고 산으로 올라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달리 보면 좋은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격언이다. 선장이 없는 배는 얼마 못 가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암시한다.

리더는 권위적인 보스와도 다르다. 보스는 명령을 따르지 않은 조직원에게 엄한 책임을 묻는다. 리더는 잘못한 구성원이라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인품과 아량이 필요하다. 제갈공명은 리더의 그릇에 따라 십인지장ㆍ백인지장ㆍ천인지장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사람이 여럿 모이는 곳에는 어디든 리더가 존재한다. 마을에는 이장이 있고 학교에는 반장이 있다. 하지만 리더라고 다 같지는 않다. 현명한 리더의 유무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갈린다.

팀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주장의 개념이 확실하지 않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압도적인 우승 횟수(27회)를 자랑하는 뉴욕 양키스의 힘 중 하나로 오랜 캡틴(주장) 제도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양키스는 1891년 클락 그리피스를 시작으로 역대 15명에게만 캡틴 자리를 허락했다. 형식적인 주장은 거부한다. 모두가 존경하고 인정하는 적임자가 없으면 캡틴 자리를 아예 비워두는 전통이 명문구단으로 거듭나게 한 비결이다.

주장은 감독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 같이 전쟁터에 나가는 선수의 입장에서 지도자가 알 수 없는 부분을 보듬고 끌고 간다. 스포츠 경기에서 리더란 존경을 밑바탕에 깔고 가는 배경이다. 존경은 경험의 우위이든 실력의 우위이든 인격의 우위이든 마음으로부터 따를 수밖에 없는 무엇인가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이 지난 19일 예선전에서 국가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간 선수라고는 믿지 못할 형편없는 팀워크로 후폭풍에 휩싸였다. 21일 순위 결정전에서는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듯 경기 전 워밍업 때 논란의 중심에 선 김보름(25ㆍ강원도청)이 노선영(29ㆍ한국체대)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경기 중에도 김보름이 노선영을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을 보이는 등 팀워크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것처럼 어색했다. 셋은 인터뷰도 없이 도망치듯 떠났다.

반면 남자 팀 추월 대표팀은 이승훈(29ㆍ대한항공)이라는 든든한 리더를 앞세워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의 값진 성과를 거뒀다. 이승훈을 보고 꿈을 키운 후배들은 이승훈을 믿고 존경하고 따랐다.

결국 이번 파문은 여자 대표팀에 이승훈 같은 리더의 존재가 없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선수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리더십의 범위는 한 곳에 국한하지 않는다. 내부 갈등을 알고도 그 조율을 코치나 감독이, 나아가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고 몰랐다면 무능력한 직무태만이다.

좋은 리더는 구성원을 춤추게 한다. 혹은 좌절하게 만들 수도 있다. “모든 빙상인들은 반성해야 하고 연맹은 이번 일을 계기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한 빙상인의 양심고백은 그런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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