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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콩팥암, 무조건 큰 병원으로? 어떤 의사에게 수술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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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콩팥암, 무조건 큰 병원으로? 어떤 의사에게 수술 받아야 하나

입력
2018.04.02 1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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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암 환자들은 필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다른 병원에서 개복수술을 권한다, 콩팥을 전부 잘라 내야 한다고 한다 등등. 이른바 ‘2차 의견(2nd opinion)’을 들으려는 것이다.

콩팥 종양 진료지침으로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펴내는 진료지침이 있다. 하지만 비뇨의학과 의사들은 대개 유럽비뇨기과학회 진료지침을 참고한다. 이 진료지침이 매년 개정돼 최신 치료흐름과 임상연구결과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유럽비뇨기학회 진료지침은 콩팥 종양에 가급적 ‘콩팥 부분 적출술’ 시행을 권한다. 콩팥 부분 적출술은 콩팥 전체를 없애지 말고, 종양만 잘라 내고 남은 콩팥은 살리는 수술이다. 종양을 없앤 뒤 남은 콩팥을 잘 봉합해 출혈과 오줌이 새지 않게 하는 수술이다. 콩팥을 모두 잘라 내는 ‘콩팥 전(全)적출술’보다 훨씬 어렵다. 하지만 이 술기(術技)를 익히지 못한 의사는 콩팥암 수술 시 콩팥 전적출술을 권할 수밖에 없다.

콩팥 부분 적출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면 종양 위치나 크기를 고려해 콩팥 부분 적출술을 권할 것이다. 또한 수술도 전통적인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 혹은 로봇보조수술을 택할 수 있다. 종양 위치나 크기 등을 고려해 최적의 수술법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이 개복수술보다 훨씬 어려워 수술법을 배우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외과 수술 흐름은 최소침습수술이다. 몸과 피부를 해치는 개복수술보다 구멍 몇 개만 내 시행하는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같은 수술법으로 바뀌고 있다.

구멍만 몇 개 내 시행하는 수술을 하면 수술자국이나 흉터가 적어 미용적으로도 좋고 통증이 적고 회복 속도도 빠를 수 밖에 없다. 입원기간이 줄고 일상생활 복귀도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환자에겐 최소침습수술이 효과적이고 좋은 수술이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술기를 배워야 한다. 술기를 어렵게 배워도 수술을 계속 시행해야 술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콩팥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콩팥암 환자가 큰 병원으로 몰린다. 하지만 큰 병원 의사 모두 수술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대형 병원에 근무해도 로봇수술을 못하는 의사는 개복수술이 더 좋다는 식으로 얘기할 수 있다. 실제로 ‘종양은 손으로 만져 가면서 수술해야 정확히 할 수 있다’며 개복수술을 권하는 의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콩팥암은 가급적 종양을 건드리지 않고 수술하는 게 원칙이다. 또한 배를 열어 눈으로 보는 것보다 카메라로 보면 장기를 몇 배 확대해 보면서 하는 수술이 훨씬 더 정확하다. 더욱이 로봇수술 경험이 많아질수록 이런 장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필자도 10년 전 콩팥 전체 적출술 수술 영상을 보면, ‘요즘 같으면 로봇으로 콩팥 부분 절제술을 할텐데’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인터넷으로 실력 있는 의사를 알아 내기 어려워 큰 병원 의사만 찾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큰 병원 의사라도 모두 수술을 잘 하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큰 수술을 받을 때는 그 분야 의사의 추천을 받는 게 좋다.

같은 수술이라도 개복수술보다 훨씬 어려운 복강경수술 같은 최소침습수술로 시행할 때는 술기에 별도의 보험수가를 인정해주는 게 필요하다. 수술료의 보험 원가 보존과 새로운 술기에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으면 외과 기피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장기적으론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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