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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로버트 헨슨

입력
2018.05.10 04: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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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구소련과 러시아를 위해 암약한 FBI 요원 로버트 헨슨이 2002년 오늘 15차례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23년간 구소련과 러시아를 위해 암약한 FBI 요원 로버트 헨슨이 2002년 오늘 15차례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1월 외신은 2007년 퇴직한 홍콩 거주 전 CIA 요원 제리 천 싱 리(Jerry Chun Shing Lee)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해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은 2010년부터 불과 2년 사이 중국 내 CIA 비밀요원 12명을 잃어, 미국의 대 중국 첩보라인이 흔들린다고 보도했다. 리의 구체적인 범행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의 대 중국 첩보전 위기와 유사한 일이 냉전기 대소련 첩보전에서도 있었다. 당시의 ‘배신자’는 CIA의 앨드리치 에임스(Aldrich Ames, 1941~)와 FBI의 로버트 헨슨(Robert Hanssen, 1944~)이었다. 94년 에임스가 먼저 체포돼 군 장성이던 드미트리 폴리야코프(Dmitri Polyakov, 1921~1988)를 비롯한 미국 스파이 밀고 등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조사 도중 거짓말탐지기를 완벽하게 통과, 거짓말탐지기의 법적 증거능력을 의심케 하는 데 일조한 일로도 이름을 남겼다.

에임스의 체포로 미국과 소련 첩보계가 발칵 뒤집힌 무렵에도 헨슨은 암약했다. 그 역시 폴리야코프를 소련 첩보조직(GRU)에 밀고했으나 소련 당국이 에임스가 체포된 뒤인 86년에야 그를 체포한 사연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미지수다.

1976년 FBI 요원이 된 헨슨은 78년부터 2001년 체포될 때까지 다수의 기밀과 스파이들을 팔아 넘겼다. 그는 조직 내 이중첩자를 적발하는 부서에서 일한 적도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국가안보국(NSA)에 취직하려다 실패한 뒤 72년 시카고 경찰국 과학수사팀에 정착했고, 4년 뒤 FBI로 이직했다. 68년 결혼해 6남매를 낳았다. 부부는 독실한 보수 가톨릭 조직인 오푸스 데이(Opus Dei)의 독실한 신자였다.

그는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 ‘물건’을 두고 다른 장소에서 대가를 지불 받는 ‘구식’을 고집했고, ‘라몬 가르시아(Ramon Garcia)’라는 가명으로만 활동했다. 91년 소비에트가 붕괴하면서 한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러시아 대사관까지 직접 찾아가 GRU 요원과 접촉하는 대담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념이 아니라 돈 때문에, 매수 당한 게 아니라 먼저 GRU에 접근해 그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가 번 돈은 약 140만 달러(현금과 다이아몬드)였다. 그는 2002년 5월 10일 사면 없는 15회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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