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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만남 후 깨진 약속들… 김정일 답방ㆍ서해평화지대 등 무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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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만남 후 깨진 약속들… 김정일 답방ㆍ서해평화지대 등 무위로

입력
2018.04.26 15: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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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2000년 인민군 의장대 사열

이산가족 상봉ㆍ개성공단 등 성과

盧, 2007년 군사분계선 도보 월경

정권 교체 후 10ㆍ4합의 물거품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000년 6월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대통령과 직접 영접 나온 김정일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역사적인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000년 6월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대통령과 직접 영접 나온 김정일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역사적인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분단국이란 현실이 상징하듯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사적 이벤트였다. 남북간 극한의 대치 상황을 화해와 평화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남북 양측의 노력으로 극적인 장면들이 탄생했지만, 북핵이라는 장애물에 가로 막혀 합의 대부분이 결실을 맺지 못한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 국민에게 남북정상회담 하면 떠오르는 명장면은 2000년 6월 13일, 숨죽이며 지켜보던 평양 순안공항의 첫 모습이다. 평양 땅을 밟는 김대중 대통령을 누가 영접 나올 것인지 남북간 사전 합의가 없었던 상황에서 갈색 점퍼 차림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현장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화통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눈 뒤 나란히 북한 인민군 의장대의 분열을 받았다. 이때 정상회담을 수행한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회고록 ‘피스메이커’에 “적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분열 받다니,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던가”라고 감격을 기록에 남겼다.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자 김 위원장은 “구라파 사람들은 나보고 왜 은둔생활 하느냐 그러는데, 과거 중국 인도네시아도 비공개로 갔다 왔다. 김 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생활에서 해방됐다"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남측 국민 입장에선 처음으로 듣는 김 위원장의 생생한 목소리였다.

회담 뒤 열린 만찬에서 남북 참석자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고, 때마침 정상 선언문이 최종 합의되며, 두 정상은 손을 맞잡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화려한 장면들만큼이나 적잖은 성과들이 도출됐다. 6ㆍ15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그 해 8월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졌고, 경의선ㆍ동해선 철도 연결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 등으로 이어졌다.

2차 남북정상회담.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차 남북정상회담.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007년 10월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비행기가 아닌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순안공항때의 긴박함과는 달리, 우리 대통령이 두 발로 건너갈 만큼 가까운 거리란 점이 분단 현실을 더욱 각인시켰다.

노 대통령은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은 예고 없이 노 대통령을 영접했고, 두 사람은 평양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무개차 퍼레이드를 벌였다.

두 번째인 만큼 더욱 구체화된 합의가 쏟아졌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개성공단 2단계 개발, 백두산관광 실시가 10ㆍ4정상선언에 담겼고, 9ㆍ19공동성명 이행에 노력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북핵 문제 관련 합의도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수시로 만나자고 했으니 이제 자주 만납시다”라고 했지만, 남측 정권 교체 뒤 핵실험과 금강산 관광객ㆍ천안함 피격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남북 간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못했다.

27일 열리는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1·2차 때와 다르다. 북측이 아닌 남측에서 열리는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며, 1·2차가 남북간 교류협력 발전에 집중했던 반면 이번엔 비핵화와 평화체제 이슈에 무게가 실려있다. 무엇보다 과거 두 차례는 남측 정권의 임기 중ㆍ후반에 이뤄졌으나 이번 회담은 집권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합의이행에 필요한 정치적 추동력의 측면에서 신뢰성이 보장된다는 기대를 가질 만 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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