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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재인, 반기문보다 이틀 먼저 안동에 간 까닭

입력
2016.05.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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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7일 경북 안동을 찾았습니다. 공교롭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안동 방문을 이틀(29일) 앞둔 시기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문 전 대표 측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안동 도산서원을 둘러봤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 위패에 참배하는 알묘를 진행한 뒤 정조가 특별히 퇴계 선생을 추모하고 지방 별과를 치렀던 시사단을 들렀습니다. 문 전 대표 측은 “도산서원은 예전에도 갔지만 시사단을 꼭 한 번 갔으면 했다”며 “이곳이 정조의 개혁 정치가 시작된 역사적 현장이기 때문에 영남의 개혁 정신의 뿌리를 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안동 도산서원을 찾아 퇴계 선생의 위패를 모신 상덕사(尙德祠)에 참배하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안동 도산서원을 찾아 퇴계 선생의 위패를 모신 상덕사(尙德祠)에 참배하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이후 안동시 법흥동의 임청각(보물 제182호)에서 점심을 했습니다. 이 곳은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 선생의 생가로 이 선생의 가문은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유명합니다.

현존하는 살림집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임청각은 안동 고성 이씨의 대종택으로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원의 여섯째 아들인 영산현감 이증이 이곳에 머물기 시작했고, 이증의 셋째아들로 중종 때 형조좌랑을 지낸 이명이 지은 별당형 정자입니다.

임청각이라는 당호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귀거래사 중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기도 하노라’라는 싯구에서 ‘임(臨)’자와 ‘청(淸)’자를 딴 것이다. 임청각은 목조 건물로는 드물게 임진왜란을 견딘 건물로도 유명합니다. 당초 99칸의 집이었지만 지금은 70여 칸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상룡 선생 일가는 전 재산을 팔아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하는 등 노블리스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 독립운동가입니다. 임청각 역시 독립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팔았지만, 그 후손들의 노력으로 소유권을 되찾았습니다.

특히 20대 총선에서 더민주 비례대표에 당선된 이용득 전 최고위원이 이상룡 선생의 후손입니다. 이 당선자 측 관계자는 이날 “문 전 대표가 안동을 방문하고 싶다고 해서 방문 장소와 일정을 잡는데 도왔다”며 “(이 당선자의) 작은 아버지가 문 대표의 안동 일정을 안내했다”고 전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이 곳에서 이상룡 선생 후손 및 광복회원들을 위로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더민주 경북 지역위원장들과 내성천을 탐방해 4대강 현장을 살핍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내성천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천혜의 경관과 모래를 가지고 있지만 영주댐 건설로 훼손될 위기에 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표는 이날 저녁 안동의 유명 홍어집에서 4ㆍ13총선에서 야당의 험지인 경북에 출마해 낙선한 낙선자들을 위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총선 기간 동안도 대구, 경북 포항, 경주 등을 찾아 더민주 출마 후보자들의 지원 활동을 벌인 지 두 달도 안 돼 대구경북(TK)을 다시 찾은 셈입니다.

문 전 대표가 특별한 행사가 없는데도 안동을 방문한 것이 관심이 가는 까닭은 25일 방한한 반기문 총장의 안동 방문을 앞두고 이뤄진 점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전날 일본으로 간 반 총장은 이날 저녁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뒤 29일 안동을 찾을 계획입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반 총장이 짧은 일정 동안 굳이 경북 안동을 찾은 것, 특히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류성룡 선생의 고향인 하회마을을 찾는 것을 두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TK에서 ‘반기문 대망론’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에서 류 선생의 종손들과 점심을 하고 충효당 주변에 주목 기념식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년 6개월이나 남았지만 내년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의 대선 후보로 맞불을 가능성이 있는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이 이틀 새 안동을 잇따라 찾는 것 자체가 묘한 느낌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전 대표 측은 “경북지역 낙선 자리는 오래 전에 계획이 됐던 것”이라며 정치적 의미 부여를 하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외교부 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반 총장(서애 류성룡 선생 고택), 문 전 대표(임정 초대 국무령 이상룡 선생 생가) 등 두 사람이 안동에서 가장 유명한 두 고택을 찾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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