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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성 가진 사람처럼 레즈비언도 평범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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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성 가진 사람처럼 레즈비언도 평범한 존재”

입력
2016.09.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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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상이라는 이름으로 레즈비언 컨텐츠 크리에이터 활동하는 임지은씨.
기무상이라는 이름으로 레즈비언 컨텐츠 크리에이터 활동하는 임지은씨.

레즈비언 인터뷰ㆍ데이트 영상 등

유튜브에 동성애 콘텐츠 공유

최근엔 커밍아웃 안내서 발간

“다큐ㆍ영화 등도 만들고 싶어”

레즈비언 컨텐츠 크리에이터. ‘기무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영어 토익 강사 임지은(31)씨의 직업이다. 알쏭달쏭한 이 직업 명칭은 임씨가 직접 만들었는데 굳이 설명하자면 여성 동성애와 관련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가리킨다. 그 역시 동성을 사랑하는 여성이다. 임씨는 최근 ‘커밍아웃북’(휴먼카인드북스)이라는 책을 펴내며 더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렸다.

“제가 레즈비언으로서 오랫동안 활동한 것이 아니어서 책을 내기엔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책을 내보자는 출판사의 제의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커밍아웃을 할 땐 주위의 걱정도 많이 들었는데 이젠 응원도 많이 받습니다. 얼굴이 알려지면 테러라도 당할까 걱정도 했는데, 아무 일 없더라고요.”

기무상은 일본어로 ‘김씨’다. 일본인도 아니고 김씨 성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인 동성 연인을 따라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이름을 쓰게 됐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김씨인 것처럼 레즈비언도 그만큼 평범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쓰는 이름이라고 한다. 그가 유튜브와 팟캐스트 방송을 하면서 책을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레즈비언이 그저 평범하고 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면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임씨 역시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중2 때 같은 반 여자친구를 짝사랑한 이후에도 10여년간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부정하며 살았다. 여자는 남자와 만나 결혼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남자와 사귀기도 했다. 스물여덟의 나이에 커밍아웃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수강생 중 한 여성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뒤부터다. 그는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커밍아웃 북’에는 이처럼 임씨가 스스로를 인정하기까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가 레즈비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은 다양하다. 여자친구와 여행하거나 식사하는 장면을 찍어 올린 것도 있고, 10대 레즈비언이나 남성 동성애자와 인터뷰를 해서 올린 것도 있다. 영상제작이 전부는 아니다.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홀로 고민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가 레즈비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하는 여러 일 가운데 하나다.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이후 제게 조언을 구하는 어린 레즈비언 친구들이 늘었어요. 매우 조심스러운 문제이기 때문에 조언보다는 제 경험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들 모두에게 커밍아웃을 권하지는 않아요.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큰지 잘 아니까요. 다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라고,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품고 있던 고민이 해결될 거라고요.”

임씨가 7년째 근무하고 있는 직장은 서울에서 최대 규모로 꼽히는 영어학원이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한국에서 직장 내 커밍아웃은 가까운 친구들에게 알리는 것보다 몇 곱절 어려운 일이다. 유튜브와 팟캐스트, 최근 출간된 책 때문에 직장 내에서도 일부는 그가 동성애자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별 문제가 없는 걸 보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에게도 아직 알리지 않았지만 “개방적인 분들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임씨는 이달 초 또 한 권의 책을 냈다. ‘나의 동성애자 친구: 제대로 쓴 사랑과 우정 안내서’(리디북스)다. 그는 전자책으로만 출간된 이 책을 “한국사회에 많이 있을 법하지만 커밍아웃을 두려워하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소개했다. 임씨는 레즈비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나 영화 제작도 그중 하나다. 그는 “한 사람의 인식 변화가 점점 커져서 결국 사회의 변화로 옮겨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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