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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 위의 아리랑, 세계가 따라 부르게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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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 위의 아리랑, 세계가 따라 부르게 할래요

입력
2017.11.30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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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댄스 민유라-게멀린

16년 만에 올림픽 진출권 획득

민유라 이중국적 포기 한국 선택

게멀린은 7월말 특별 귀화 통과

이번 평창 경험 바탕으로

4년 뒤 베이징에서 메달 도전

2018 평창 올림픽 아이스댄스에서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선보일 예정인 민유라(오른쪽)와 알렉산더 게멀린. 민유라 페이스북
2018 평창 올림픽 아이스댄스에서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선보일 예정인 민유라(오른쪽)와 알렉산더 게멀린. 민유라 페이스북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대표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문화 행사 장소가 아니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들리는 아리랑이다. 내년 2월12일 한복을 입고 가수 소향이 부른 아리랑에 맞춰 은반 위를 수 놓는 모습을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켜본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아이스댄스 부문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민유라(22)-알렉산더 게멀린(24) 조가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민유라-게멀린은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아리랑을 주제곡으로 택했다. 민유라는 미국에서 자란 이민 2세, 게멀린은 푸른 눈을 지닌 미국인이지만 평창 무대를 위해 이중국적을 포기하고 특별귀화를 하며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준비했다.

미국 미시간주 노바이에서 훈련을 해 왔던 민유라는 최근 본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리랑은 파트너 게멀린이 먼저 제안을 했고, 음원을 찾던 중에 예쁜 노래를 찾아냈다”며 “올림픽 시즌인 만큼 홈 무대에서 아리랑이라는 서정적인 노래가 울려 퍼진다면 경기를 하는 저희도 그리고 관객들도 다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민유라와 게멀린의 연기 모습. 연합뉴스
민유라와 게멀린의 연기 모습. 연합뉴스

민유라와 게멀린은 한복의 아름다움에도 푹 빠졌다. 민유라는 “평창 올림픽에서 아리랑 음악에 맞춰 한복 의상을 입고 선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한복은 아름다운 의상이다. 우리가 연습하고 있는 링크장엔 세계 각국 팀들이 훈련을 같이 하는데, 자꾸 듣다 보니 친구들도 ‘아리랑~ 아리랑~’ 가사를 따라 부른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것 같다”고 소개했다.

여섯 살 때 언니를 따라 처음 스케이트를 탔던 민유라는 2015년 6월부터 게멀린과 호흡을 맞췄다. 2015년 전 파트너와 결별을 했던 상황에서 게멀린이 은퇴한다는 소식을 듣고 민유라가 먼저 ‘함께 스케이트 탈래’라고 제안했다. 신중한 성격의 게멀린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한달 후 짝을 이뤘다. 둘은 성격이나 유머 성향 등이 서로 잘 맞는다고 했다. 민유라는 “다른 친구들이 안 웃는 일에 우리 둘만 웃는 일이 많다”면서 “예를 들면 스케이팅 스텝 박자에 ‘푸드득’ 소리를 맞춰 내거나, 트림 크게 하기 등이 있다”고 말했다.

게멀린은 올해 7월말 법무부의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에서는 알렉산더 게멀린이지만 한국 여권에 표기된 한국 이름은 겜린 알렉산더다. 게멀린은 한국말도 꽤 잘한다. 민유라는 “매일 2시간씩 한글을 독학하고 있다”며 “’우리 스케이트 몇 시에 타지’, ‘배고파’처럼 하루 일과나 일정 등을 얘기할 때 한국말로 한다”고 설명했다.

민유라-게멀린은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힘겹게 따냈다. 9월말 마지막 티켓이 걸린 독일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남은 6장 가운데 1장을 획득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민유라는 “지난 4월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딸 수 있었는데, 넘어지면서 티켓을 못 땄다. 매일 그 실수를 생각하면서 연습을 했다”며 “마지막 대회는 정말 간절했던 것만큼 행복도 더 컸다”고 돌이켜봤다.

한국 여권을 들고 있는 민유라-게멀린. 민유라 페이스북
한국 여권을 들고 있는 민유라-게멀린. 민유라 페이스북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가 한국 국적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엄마가 ‘넌 한국 사람이다’라고 하면 나는 ‘아니, 난 아메리칸이야’(NO, I am American)라고 대답을 했다더라“라며 “놀라신 부모님이 한글 학교도 보내고 한국 방문도 자주 하면서 나에게 한국을 알려주셨다. 지금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민유라는 또한 “한국 대표로 아름다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며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들지는 못하더라도 올림픽 취지에 맞게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고 한국 음악과 한국 의상으로 한국을 자랑스럽게 알리는데 일조하겠다. 나아가서는 4년 후 베이징 올림픽 때 세계를 놀라게 하는 동시에 메달권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유라-게멀린 팀. 주간미시간신문 제공
민유라-게멀린 팀. 주간미시간신문 제공

민유라-게멀린은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리는 국내 선발전에 참가한다. 단독 출전이라 결과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국내 팬들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민유라는 “대회마다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함께 감동의 댄스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남겼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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