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태석 기자

등록 : 2017.12.29 16:08
수정 : 2017.12.29 21:37

“이제 코 뼈 부러질 일은 없겠네”… ‘황투소’ 울린 한 마디

코 뼈 3번 골절, 공익근무 다녀오고도 프로 320경기 대기록 황지수...정든 유니폼 벗다

등록 : 2017.12.29 16:08
수정 : 2017.12.29 21:37

2004년 포항에 입단해 군 복무 기간을 빼고 한 팀에서만 320경기를 뛴 미드필더 황지수(가운데 주장 완장)가 정든 유니폼을 벗고 은퇴한다. 그는 저돌적이고 헌신적인 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미드필더 황지수(36).

그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코뼈 골절’이다. 황지수는 지금까지 경기 중 상대축구화에 채여 세 번이나 코뼈가 내려앉았다.

갈비뼈가 부러진 적도 있다. 축구가 몸싸움이 다반사인 종목이지만 이렇게 뼈가 많이 부러지는 건 드문 일이다. 황지수는 29일 본보와 통화에서 “처음 코가 부러졌을 때는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이 보이면 또 얼굴을 들이밀게 되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또 하나는 ‘공익근무’다. 그는 2009년 10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낮에는 경기 동두천시의 동사무소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쌀을 배달하고 밤에는 공익근무요원이 출전할 수 있는 K3(4부 리그)의 양주시민축구단에서 공을 찼다. 축구는 단 몇 달만 경기를 못 뛰어도 감각이 뚝 떨어진다. 그러나 황지수는 2년 간 공익근무요원 복무 중 휴가를 거의 쓰지 않고 악착같이 모아 소집해제를 한 달 앞둔 2011년 10월 포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언제 군대를 갔다 왔냐는 듯 또 다시 주전을 꿰차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 해 11월 프로통산 3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한 뒤 시상식 장면. 프로축구연맹 제공

황지수가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그는 2004년 포항에 입단해 군 복무 기간을 뺀 12년을 포항에 몸담으며 320경기(6골 12도움)를 뛰었다. 30년 넘는 프로축구 역사에서 통산 32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40명이 채 안 된다. 한 팀에서만 뛰고 은퇴한 선수로는 신태용(성남ㆍ401경기), 김현석(울산ㆍ371경기)에 이은 3위의 대기록이다.

지난 해 4월 코뼈가 부러져 보호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뛰고 있는 황지수. 포항 스틸러스 제공

황지수는 경기 동두천 사동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경기 평택의 신한중ㆍ고, 호남대를 졸업했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프로 입단 후 매 시즌 30경기 가까이 뛰었다. 단 한 번도 후보로 밀린 적이 없다는 뜻이다. 도드라지는 특색 없었던 그가 만 서른여섯까지 프로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헌신과 희생이다. 황지수는 “나는 기술도 뛰어나지 않고 빠르지도 않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힘은 좋았다”고 미소 지으며 “내가 축구를 잘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뛰었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팬들은 그를 ‘황투소(이탈리아의 저돌적인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에 빗댄 별명)’라 불렀다.

황지수는 한 살 연상의 이은원 씨와 2010년 결혼해 딸만 셋을 둔 ‘딸부자’다. 이번에 은퇴 결심을 밝혔더니 아내는 “당신 선택에 따르겠다”며 “이제 코뼈 부러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다칠 때마다 한 번도 속상한 내색을 한 적이 없는 아내였는데 은퇴 이야기에 그제야 속마음을 털어놔 마음이 짠했다”고 했다.

황지수의 든든한 버팀목인 가족들. 황지수는 이은원 씨와 결혼해 예원, 예빈, 예슬 양 딸만 셋을 둔 '딸부자'다. 황지수 제공

황지수는 다음 시즌부터 2군 코치로 일하며 지도자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군말 없이 팀 전력에 힘을 보태는 ‘다른 황지수’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선수와 비교해 스스로가 조금 떨어지고 부족해 보여도 포기하지 마라.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분명 기회는 온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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