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떡볶이 싣고 달리는 ‘택시 퀵서비스’

알림

떡볶이 싣고 달리는 ‘택시 퀵서비스’

입력
2018.04.11 20:00
11면
0 0

간편예약 앱으로 음식 배달까지

무게ㆍ크기 상관없는 요금 적용돼

퀵업체들 “택시와도 경쟁” 분통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도 안 태우고 돈 받아보는 건 처음이네요.”

택시를 7년간 운행했다는 신모(63)씨는 얼마 전 황당한 ‘손님’을 만났다. 오후 11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나이트클럽 앞으로 와달라는 예약을 받고 부리나케 차를 몰고 갔는데, 기다리던 손님이 택시에 올라타지는 않고 엉뚱하게 배달을 요구한 것. “개포동에 있는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 1인분만 사다 달라”는 것이었다. 졸지에 ‘떡볶이 퀵서비스’를 하게 된 신씨는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지만 이태원에서 개포동까지 왕복으로 손님을 태웠을 때 받는 돈(1만5,000원)보다 더 많이 준다고 해서 거절하지 않았다”고 했다. 잠시 후 떡볶이를 손에 쥐게 된 손님은 그에게 2만원을 건네고 나이트클럽 안으로 이내 사라졌다.

택시가 사람 없이 음식이나 물건만 태우고 서울 도심 이곳 저곳을 누비고 있다. 휴대폰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택시를 부를 수 있는데다, 물건의 무게나 크기에 관계없이 주행거리에 따른 미터기 요금만 내면 된다는 장점에 사실상 퀵서비스로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퀵서비스업체들은 “이제 택시와도 경쟁하게 됐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택시기사 상당수는 영업 중 퀵서비스 업무를 맡아 본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8년 차 60대 택시기사는 “서울 서초구에서 경기 파주시에 있는 한 중학교까지 서류 한 장을 전달하고 5만원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음식이나 서류 등 기존 퀵서비스를 통해 배달되던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다.

택시기사들은 ‘물건이든 사람이든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손님 없을 때 빈 차로 있느니 물건이라도 옮기는 게 낫다”는 것이다. 반면 박동근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 이사는 “택시 퀵서비스는 말이 안 된다, 택시는 사람을 싣는 승용차지 승합차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에서는 택시 퀵서비스가 상용화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화물자동차운송사업법과 도로교통법상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택시에게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한국은 화물운송자격증과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돈을 받고 화물을 실을 수 있어 아직 ‘택시의 퀵서비스’ 영업은 불법이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