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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행이 있는 일상’, 그 출발점에서

입력
2017.12.28 14: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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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정부는 ‘관광진흥 기본계획’을 발표, 양ㆍ경제적 성과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질적 정책으로 관광정책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기본계획에는 방한 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시장 확대, 내수 관광 활성화 등 관광산업 발전과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방안들이 담겼다. 관광산업은 여러 분야가 융합된 서비스산업이어서 정부 부처 간 정책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본계획은 관광 관련 13개 부처가 모두 참여한 범정부 회의인 국가관광 전략회의를 통해 나온 종합계획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6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7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올해 중국의 금한령과 북핵 위기가 겹쳐 침체 국면을 맞기도 했으나, 이를 계기로 특정 국가 단체관광객에 의존하던 관행을 반성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관광진흥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방한시장 다변화를 위해 주력, 도약, 신흥, 고부가 시장으로 해외시장을 구분하고, 맞춤형 마케팅 등 새로운 시장 관리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본계획’에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내국인들을 위한 국내 관광 진흥책으로 생애주기별, 계층별 관광지원 강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널리 알려졌듯, 올해 우리 국민의 인구 대비 출국률이 50%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많은 국민들은 국내 관광과 해외 관광을 저울질해 보고는 “이 돈이면 차라리 해외에 나가겠다”고 외국행을 택한다. 국내 관광 인프라 및 서비스의 취약함에 대한 지적이 뼈아프게 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의 관광산업 진흥책을 평가하기에 앞서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휴가와 휴식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느냐다. 최근 세계적인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어가 주요 30개국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근로자들은 휴가 중에도 일 생각 때문에 불편하다는 비율이 72%에 달했다. 휴가가 행복한 이유를 묻는 설문에도 66%가 “일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라고 대답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장소 탐험이나 문화 체험 등 적극적 활동을 기대한다기보다는 잠시라도 일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는 얘기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이면에는 휴가와 휴식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정적인 데다 일상의 휴식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일단 휴가를 얻으면 최대한 ‘본전을 뽑아 보자’는 보상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휴가와 휴식이 단지 근로기준법상의 권리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 모두의 정서가 이를 지지하는 것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여행을 국민의 일상으로 만든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만 달성되기 어렵다. 우선 정부가 ‘여행이 있는 일상’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비로소 제도화해 나가기 시작했다면 경제주체들이 그에 맞는 호응을 하고 우리 사회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여행과 휴식을 우리의 의식주와 같은 생활의 기본요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관광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경아 한국방문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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