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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양보다 질” 감귤 명품화, 국민 과일 명성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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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양보다 질” 감귤 명품화, 국민 과일 명성 되찾는다

입력
2018.01.19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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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과잉생산 ‘악재’

농산물 수입개방과 맞물려

고당도 대체 과일 등에 위상 추락

“변해야 산다” 고품질 상품 주력

초콜릿 등 가공식품으로 재탄생

화장품ㆍ바이오 에탄올 원료 활용도

제주 감귤산업이 '국민과일'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변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제주의 뛰어난 경관을 일컫는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하나인 잘 익은 감귤들이 열린 서귀포 남원읍의 한 감귤원. 감귤원 뒷편으로 한라산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제공.
제주 감귤산업이 '국민과일'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변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제주의 뛰어난 경관을 일컫는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하나인 잘 익은 감귤들이 열린 서귀포 남원읍의 한 감귤원. 감귤원 뒷편으로 한라산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제공.
제주 감귤산업이 '국민과일'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변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는 서귀포 남원읍의 한 감귤원에서 감귤을 수확하는 모습. 제주도농업기술원 제공.
제주 감귤산업이 '국민과일'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변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는 서귀포 남원읍의 한 감귤원에서 감귤을 수확하는 모습. 제주도농업기술원 제공.
지난해 최고의 '감귤왕'으로 선정된 박병태씨가 제주시 조천읍 자신의 감귤원에서 3년만에 수확한 고품질 감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협 제주본부 제공.
지난해 최고의 '감귤왕'으로 선정된 박병태씨가 제주시 조천읍 자신의 감귤원에서 3년만에 수확한 고품질 감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협 제주본부 제공.

제주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한 감귤원. 이 곳은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도록 빽빽하게 감귤나무들이 심겨져 있는 일반 감귤원 풍경과 많이 달랐다. 성목이식사업을 실시해 감귤나무들 사이로 넓은 배수로가 만들어져 있고, 나무들 간격이 떨어져 있어 햇빛도 잘 들었다. 나무 밑에도 햇빛을 모아주고 나무의 수분 흡수를 막아줘 당도를 높여주는 토양피복(타이벡)도 덮여있는 등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이 감귤원의 주인은 지난해 10월 제주감귤연합회가 개최한 ‘2017 우수감귤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병태(60)씨다. 1만㎡ 규모의 감귤원에 노지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박씨는 성목이식과 토양피복 재배 등 지속적인 품질 관리로 당도 13브릭스 이상 고품질 감귤을 생산해 최고 ‘감귤왕’에 올랐다.

전남 해남 출신인 박씨는 1977년 20살 때 부모님과 함께 제주로 이주한 후 40년 가까이 감귤만 재배해왔다. 그는 감귤재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고민하다가 2014년에 제주시농업기술센터가 실시하는 ‘성목이식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3년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감귤을 수확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박씨는 “성목이식사업 이후 감귤나무 수가 줄면서 생산량도 감소했지만 가격은 일반 노지감귤보다 3배 이상 받게 돼 수입은 더 늘고 일반 노지감귤 재배보다 노동력이나 재배비용도 줄어드는 등 이점이 많다”며 “이제 감귤재배 방식도 양보다는 고품질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을 전후해 침체기에 빠져든 제주감귤산업이 ‘국민 과일’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1980년대 최고 호황기를 맞았던 감귤산업은 지금까지도 관광산업과 함께 제주도민의 생명산업으로 제주지역 1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한때 감귤나무는 ‘대학나무’라 불릴 정도로 위상이 대단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970년 전후 서울대 등록금은 1만4,000원~3만원 수준이었고, 당시 감귤 10㎏의 가격은 2,398원이었다. 감귤나무 1그루의 생산량이 60~7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귤나무 2그루면 서울대 학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제주지역에서도 날씨가 따뜻해 감귤농사가 잘 됐던 옛 서귀포시와 남원읍은 그 당시 도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호황을 누리면서 감귤 수확철만 되면 동네 개들도 입에 돈을 물고 돌아다녔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제주감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려사 세가(世家)에는 문종 6년(1052년)에 ‘탐라국의 세공귤자(歲貢橘子)를 100포로 정한다’는 기록이 있어 감귤이 그 이전부터 진상품으로 바쳐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 흔히 먹는 노지감귤인 온주밀감이 제주에 들어온 것은 1911년 15그루가 일본에서 도입돼 재배된 것이 공식 기록이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감귤 재배를 적극 장려하면서 감귤산업의 틀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는 1960년대부터다. 1955년까지 20㏊ 미만에 불과했던 감귤 재배면적은 1965년부터 감귤 증식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1970년대 초에 급격히 증가했다. 1970년까지 우리나라 과일 생산량의 1%에 불과했던 감귤은 1980년에는 22.4%로 급성장하는 등 감귤은 겨울철만 되면 국민 누구나 찾는 ‘국민과일’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러나 감귤 재배면적이 계속 늘면서 2000년(2만5,796㏊) 이후 과잉생산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품질저하, 타 농산물과의 경쟁심화, 수입개방 등까지 악재가 잇따르면서 감귤의 위상은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또한 소비자들도 과거에는 감귤을 먹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을 느꼈지만, 수입과일을 비롯해 대체 과일이 시중에 쏟아지면서 고당도의 ‘맛있는’ 감귤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결국 감귤산업도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게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 삼아 ‘제2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감귤농가들은 2000년대 들어서 온주밀감 외에 당도가 높고 향, 모양이 독특한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 수익성이 높은 만감류 재배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또 정부와 제주도는 위기의 감귤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2013년부터 4년간 7,000억원 규모의 감귤명품화사업을 추진, 고품질 감귤 생산을 기반을 다졌다. 그동안 도는 단순히 감귤 생산량 조절을 통한 가격유지가 목적인 정책을 펼쳐왔지만, 감귤명품화사업을 통해 고당도의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기 위한 정책들을 진행 중이다.

또 감귤을 가공식품부터 산업소재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하는 등 연관산업 육성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감귤은 주스와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잼 등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또 한약재를 비롯해 살균제 등의 소재나 화장품 원료, 술과 와인의 재료로도 이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버려졌던 감귤 부산물도 친환경 에너지인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감귤원은 예부터 제주의 뛰어난 경관을 일컫는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하나로 아름다움 경관을 제공하고 있고, 감귤을 주제로 한 지역축제와 감귤체험 농장 등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병화 도 감귤진흥과장은 “상당수 감귤농가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고품질 감귤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제주 감귤산업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고, 재도약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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