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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도 행복한 ‘화이트데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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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도 행복한 ‘화이트데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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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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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들에게 화이트데이는 어쩌면 긴 터널의 끝인지도 모른다. 터널의 시작은 아마도 11월 말에서 12월 초쯤이었을 것이다. 온 세상이 커플을 축복하고, 커플이 되기를 종용하는 바로 그 ‘사회적 터널’ 말이다.

터널 진입 후 첫 목표는 크리스마스다. 혼자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지 않다, 친구들과 자축하며 보내는 크리스마스도 이젠 덧없다는 생각에서 ‘폭풍 소개팅’을 감행한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연말연초와 밸런타인데이까지 두 달 가량을 설렘, 실망, 분노, 자괴감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경험을 한다.

아무리 무감각한 사람이라도 두세 가게 건너 하나씩 있는 편의점마다 요란스레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 '아, 이제 화이트데이구나'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요즘 사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무리 무감각한 사람이라도 두세 가게 건너 하나씩 있는 편의점마다 요란스레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 '아, 이제 화이트데이구나'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요즘 사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리고 이제 그 터널의 끝이다. 하지만 연애를 갈망하는 솔로들에겐 새로운 터널, 즉 암울한 봄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곧 다가올 꽃놀이 시즌에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흥얼거릴지 십센치의 노래를 샤우팅할지 결정될 시점이란 얘기다.

화이트데이는 ‘썸’을 타는 솔로들에겐 일 년에 몇 안 되는 좋은 고백의 기회이자 설렘 가득한 날이다. 하지만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연애와 완벽히 단절된 솔로들에겐 그저 ‘누군가 츄파춥스 한 개를 던져 준’ 평범한 하루일 뿐이다.

춘삼월에 왜 하필 ‘화이트데이’?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의 계절이 겨울에서 봄까지라면 화이트데이는 겨울과 봄 사이에 존재한 터닝포인트 정도되겠다. 하지만 ‘이벤트 데이’가 연달아 포진한 겨울에 비해 봄은 초라하다. 화이트데이 달랑 하루다. 차고 넘치는 ‘무슨무슨 데이’라는 명명이 불편하긴 하지만,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기념하지 못한 솔로들이 자장면을 먹는 ‘블랙데이’가 4월 14일인 점을 감안하면 화이트데이에 ‘커플 탄생의 마지막 기회’ 혹은 ‘커플 타령의 마지막 고비’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본 전국 사탕 과자 공업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화이트데이 공식 사이트’. 홈페이지 캡쳐
일본 전국 사탕 과자 공업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화이트데이 공식 사이트’.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불과(?) 37년 전만 하더라도 3월 14일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평범한 날이었다. 일본의 전국 사탕 과자 공업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화이트데이 공식 사이트’에는 화이트데이의 탄생비화가 적혀 있다. 그에 따르면 1978년 6월 일본 사탕업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세요”란 구호로 정착한 밸런타인데이에 맞서 사탕 수요를 늘리기 위해 3월 14일을 ‘화이트데이 사탕의 날’로 정했고, 80년부터 제 1회 ‘사랑에 보답하는 화이트데이’를 실시한 것이 기원이다. 처음엔 ‘화이트데이’가 아니라 ‘사탕의 날’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밸런타인데이를 의식해 화이트데이로 정했다고 한다. 마시멜로 쿠키 혹은 설탕의 흰색에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홈페이지에는 “순결을 상징하며 청소년의 상큼한 사랑에도 딱”이라고, 납득하기 힘든 명명 이유가 적혀 있다.

받은 사랑에 대한 답례라는 측면에서 정겨운 사회 조성엔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왜 굳이 한 달 간격으로 사랑을 주고 받아야 하는지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서양에선 밸런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선물을 주고받을 뿐 화이트데이란 건 없다.

솔로들이여 화이트데이를 누려라

혼밥ㆍ혼술을 넘어 혼영(혼자 영화보기)까지, 수많은 ‘혼’들이 일상에 스며든 요즘이다. 커플이 활개친다고 해서 솔로가 움츠러들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넘쳐나는 이벤트를 호사롭게 누릴 수 있는 기회다.

8년 전인 2009년 결혼정보회사가 주선한 단체미팅 현장. 요즘은 다른 풍경일 것이라 믿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8년 전인 2009년 결혼정보회사가 주선한 단체미팅 현장. 요즘은 다른 풍경일 것이라 믿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결혼정보 업체, 소개팅앱 등에서 실시하는 커플 주선 이벤트다. 기존 커플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솔로만이 누릴 수 있는 초특급 이벤트다. 혹시나 단체 미팅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신 독자들을 위해 서울신문 기사를 공유한다. 이슬기 기자가 화이트데이를 앞둔 토요일인 지난 11일 열린 단체 미팅에 참가한 뒤 쓴 후기다.

지난 주말 열린 남성 듀오 ‘옴므’의 화이트데이 콘서트에서는 혼자 공연을 보러 온 ‘혼공남녀ZONE’ 관객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가 마련했다. 이 정도면 ‘솔로 화이트데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커플을 이루고픈 열망이 없다면, 그냥 누리기만 해도 좋을 행사들도 있다. 컴투스는 16일까지 페이스북에서 솔로들을 위한 영화예매권 이벤트를, 화장품 회사인 라벨영은 15일까지 “커플들을 위한 날인 화이트데이에 나를 위한 선물로 당당한 솔로가 되자는 취지”의 제품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도미노 피자와 마노핀 등 식음료 업체에서도 화이트데이 기념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커플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비단 화이트데이뿐만 아니다. 최근엔 커플 고객 맞춤형 이벤트가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이벤트도 많아 솔로들도 ‘탕진잼’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는 널렸다. 솔로들이여! 혼자 방구석에서 막대사탕 물고 청승 떨지 말라. 커플들이 깔아 놓은 판에서 맘껏 누리는 게 남는 거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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