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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경전철 파산... ‘뻥튀기’ 수요 예측이 파국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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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경전철 파산... ‘뻥튀기’ 수요 예측이 파국 초래

입력
2017.05.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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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5년도 안돼 1조원대 빚더미

승객 예상치의 29%도 못 미치고

기상 따라 수시로 멈춰 ‘고장철’

환승할인제 등 유인책도 외면당해

의정부경전철. 한국일보 자료사진
의정부경전철.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도권 첫 경전철인 경기 의정부경전철(U라인)이 26일 법원의 파산 선고로 개통 5년도 안돼 파국을 맞았다. 1조원대 빚더미를 안긴 용인경전철에 이어 선심성 공약과 뻥튀기 수요예측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 제21부(부장 심태규)는 26일 의정부경전철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정부경전철과 의정부시 사이의 협약 해지로 인한 환급금 발생여부와 금액 등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파산선고와 함께 중립적으로 파산재단을 관리할 파산관재인으로 최성일 변호사(법무법인 충정)를 선임했다. 의정부경전철이 지난 1월11일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지 4개월 보름만이다. 최 변호사는 이해관계자와 협의해 협약 해지 여부와 의정부경전철 운행기간 및 방법 등을 협의한다. 채권신고기간은 오는 7월 11일까지다. 채권자 집회는 8월10일 오후4시30분으로 예정돼 있다.

어긋난 장밋빛 청사진

의정부경전철은 1995년 추진됐다. 지하철에 비해 공사비가 40% 밖에 들지 않는 데다 당시 중소도시에 꼭 맞는 친환경 대중교통으로 평가돼 많은 수익이 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의정부시는 GS건설 컨소시엄을 시행사로 선정, 총 사업비 5,470억 원을 시와 시행사가 각각 48%와 52% 분담하기로 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첫 단추를 꿴 지 12년 만인 2007년 7월 착공식이 열렸고 5년 뒤인 2012년 7월1일 마침내 운행을 시작했다. 무인 전동차가 지상 20m의 선로 위 15개역(11㎞)을 하루 6∼10분(출퇴근 3분30초) 간격으로 440회 오가는 식이었다. 요금은 일반 기준 1,350원(교통카드 이용 시)으로 일반버스 수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승객수요는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의정부시와 경전철 측은 하루 7만9,049명이 이용할 것으로 봤으나, 개통 한 달간 하루 최대 이용객은 1만5,000명 수준에 그쳤다. 평일에는 1만2,000명 안팎에 불과했다. 예상치의 29%에도 못 미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운행 초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폭염과 낙뢰, 폭설, 한판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수시로 경전철이 멈춰 ‘고장철’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언제 설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시민들이 경전철을 외면한 이유이기도 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책임 떠넘기기

텅 빈 채 오가는 경전철을 바라는 시민의 싸늘한 시선만큼, 적자는 쌓이기 시작했다. 부담은 시행사 몫이었다. 협약에 따라 승객 수가 예상 수요의 50∼80% 안에 들면 의정부시는 경전철 측에 손실금을 보전해 줘야 했지만, 이용객이 전망치의 44.3%에 불과, 손실금을 주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라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운행중단 등 시민불편을 걱정한 시는 연간 40억 원의 비용 부담에도 2014년 5월과 11월 각각 경로 무임승차제와 수도권 환승할인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용객은 여전히 예상 치에 턱없이 모자랐고 적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3,670억 원까지 쌓였다. GS건설 측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과 자본잠식까지 고려하면 경전철 사업으로 발생한 적자는 사실상 4,000억 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경전철 측은 2015년 11월 사업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 의정부시에 사업 포기 때 받게 되는 환급금을 20년간 분할해서 연간 150억∼164억 원씩 달라고 요청했다 퇴짜를 맞았다. 시는 시행사가 ‘사익’에만 급급해 한다며 경전철 운행에 필요한 최소금액인 ‘50억 원+α’를 역 제안했다. 양측은 법원의 심리 과정에서도 세 차례 비공개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지난 3월22일 의정부경전철이 이용객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지난 3월22일 의정부경전철이 이용객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되풀이되는 치적쌓기… 결과는 재정파탄

파산한 의정부경전철처럼, 용인경전철과 부산~김해경전철도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상황이다. 비리 복마전이라는 오명 속에 2013년 개통한 용인경전철은 무려 1조8,000억원이라는 빚을 시에 안겼다. 용인시는 매년 300억~400억 원상당을 민간투자비 상환금 등으로 지불하고 있다. 부산~김해경전철 역시 2011년 개통한 이래 이용객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간 400억여 원의 혈세를 빨아먹고 있다. 건설비 853억 원 등 1,000억여 원이 투입된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7년째 개통도 못한 채 고철덩이로 남아 흉물이 된지 오래다.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등도 무분별하게 추진된 표퓰리즘 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용인경전철 파탄의 책임을 묻고자 1조원대 주민소송을 주도한 현근택 변호사는 “단체장의 무책임한 선심성, 과시용 사업에 제동을 걸 장치가 시급하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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