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북 리뷰] 다음 휴가는 하와이 말고 우주 어떨까?

알림

[북 리뷰] 다음 휴가는 하와이 말고 우주 어떨까?

입력
2017.11.23 15:10
23면
0 0
1969년 미국 아폴로 11호 우주 비행사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의 표토에 발자국을 찍었다. 닐 코민스는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에서 가까운 미래엔 지구와 달 사이를 오가는 데 편도로 3~7일 가량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한빛비즈 제공
1969년 미국 아폴로 11호 우주 비행사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의 표토에 발자국을 찍었다. 닐 코민스는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에서 가까운 미래엔 지구와 달 사이를 오가는 데 편도로 3~7일 가량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한빛비즈 제공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

닐 코민스 지음ㆍ박아람 옮김

한빛비즈 발행ㆍ360쪽ㆍ1만7,000원

‘섹스는 어떻게’ ‘음식은 뭐 먹지’

우주여행자 위한 실제 가이드북

벌써 1000명 가까이 우주 다녀와

美 기업가 티토 등 7명은 자비로

‘자아를 찾아 떠난 우주여행’ ‘아이와 함께 우주 한달 살기’ ‘저스트 고, 우주’. 서점에 이런 제목을 가진 책들이 꽂힐 날이 멀지 않았다. 닐 코민스의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은 아마 그 첫발이 될 것이다.

다소 장난스런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진짜 가이드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특별연구원이자 메인대 물리학, 천문학과 교수인 코민스는 우주여행 대중화 시대를 맞아 실제로 우주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뭘 준비하고 각오해야 하는지 세세히 일러준다. 우주에서도 셀카를 찍을 수 있을까? 아이를 동반할 수 있을까? 우주 한가운데서 왕따를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주에서도 섹스를 할 수 있을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 기상천외한 질문들에 저자의 답변은 시종 진지하다.

그래도 장난으로 들린다면 최근 우주여행자들의 행보를 보자. 지금까지 우주를 여행한 사람은 500명에서 1,000명에 이른다. 최초로 자비를 들여 우주를 여행한 사람은 미국의 기업가 데니스 티토다. 그가 2001년 5월 지구를 떠나 8일간 우주정거장에 머물다 온 뒤로 2016년 6월까지 자비 우주여행자는 7명으로 늘었다. 지난 3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는 민간인 대상 우주여행 프로젝트 ‘스페이스 X’를 내놨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는 자신이 설립한 우주여행사 ‘블루 오리진’의 자금 마련을 위해 매년 아마존 주식 10억달러(약 1조906억원)어치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본격 사업 개시 시점을 2018년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우사체프가 국제우주정거장 내 자신의 침상에 앉아 있다. 우주선의 폐쇄된 환경은 우울증과 각종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여행자들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유의해야 한다. 한빛비즈 제공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우사체프가 국제우주정거장 내 자신의 침상에 앉아 있다. 우주선의 폐쇄된 환경은 우울증과 각종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여행자들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유의해야 한다. 한빛비즈 제공

그렇다고 당장 짐을 쌀 필요는 없다. 책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단기 우주관광 상품의 예상 가격은 1인당 20만~30만달러다. 다음 휴가 예산으로 3억원을 준비해놓지 않은 사람은 일단 코민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겠다. 먼저 추천 여행지다.

우주에서 가볼 만한 곳은 어딜까? 아직 기술 발달이 충분치 않아 선택지가 많지는 않지만, 지구근접천체가 인기 여행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근접천체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만큼 태양과 떨어져서 궤도를 도는 천체들을 이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1만2.000여개의 지구근접천체 중 저자는 아모르 군, 아폴로 군, 아텐 군을 유력후보로 꼽는다. 나사는 2001년 화성과 지구 사이의 궤도를 도는 아모르 군의 소행성 에로스에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착륙시킨 바 있다. 아폴로 군과 아텐 군은 6,500만년 전 백악기 공룡을 멸종시킨 대충돌의 주범이 속한 소행성 군이다. 지구와는 아픈 역사가 있는 셈이다.

우주에 가고 싶어도 신체에 결격사유가 있으면 갈 수 없다. 특히 멀미가 심한 사람은 신중해야 한다. 우주여행에서 반드시 경험하는 것 중 하나가 무중량 상태다. 많은 이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경험을 기대하지만, 저자는 무중량 환경이 인체에 매우 해롭다고 말한다. 귓속에서 중력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칼슘덩어리인 이석은 무중량 상태에선 뇌에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방향 감각을 잃은 인간에겐 오심과 구토, 두통, 졸음, 발한이 찾아온다. 이른바 우주 멀미다.

1971년 7월 아폴로 15호를 타고 달의 해들리 열구 가장자리에 도달한 우주 비행사 데이비드 스콧. 한빛비즈 제공
1971년 7월 아폴로 15호를 타고 달의 해들리 열구 가장자리에 도달한 우주 비행사 데이비드 스콧. 한빛비즈 제공

정신건강도 신체건강 못지 않게 중요하다. 여행의 흥분이 채 하루를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우주여행도 그와 비슷할 거란 각오를 해야 한다. 우주선 바깥으로 펼쳐지는 끝없는 어둠은 기차 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의 권태로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기껏 온 우주여행에서 “1분이 영원처럼 느껴지는” 무간지옥에 갇힐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여행사 측이 강좌를 만들거나 운동기구를 들여놓는 것도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여행자 본인이 공존에 적합한 사람이어야 한다. 파벌 나누기, 따돌림, 신참 무시하기, 줄타기 등의 집단 역학은 중력 없이도 작동한다. 저자는 “공존 능력이 없으면 우주여행이라는 특권을 누릴 수 없다”고 단언한다.

책은 내내 흥미롭지만 다 읽고 나면 약간 속은 듯한 기분도 든다. 과학 얘기를 하고 싶어 안달 난 ‘과학 덕후’가 우주여행을 빌미로 한풀이를 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과학 교양서 정도로 받아들여도 좋다. 어차피 내년까지 3억원을 준비할 수 없다면.

나사 특별연구원이자 천문학자인 닐 코민스. 우주여행 대중화 시대를 맞아 가이드북을 집필한 그는 서문에서 수학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뒤 대신 과학 얘기를 한다. 한빛비즈 제공
나사 특별연구원이자 천문학자인 닐 코민스. 우주여행 대중화 시대를 맞아 가이드북을 집필한 그는 서문에서 수학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뒤 대신 과학 얘기를 한다. 한빛비즈 제공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