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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의 RM이 멘 가방, 폐차 시트로 만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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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의 RM이 멘 가방, 폐차 시트로 만들었답니다”

입력
2018.03.03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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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업체 모어댄 최이현 대표

英 유학시절 폐차 경험이 계기

폐차장서 자투리 가죽들을 모아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ㆍ지갑 제작

내달 홈쇼핑 진출, 美에도 매장

최이현 대표가 모어댄의 첫 제품 ‘엘카 백팩’을 설명하고 있다. 단종됐던 이 가방은 RM(랩몬스터)가 착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랩몬백’이란 별칭을 달고 재출시됐다. 고영권기자
최이현 대표가 모어댄의 첫 제품 ‘엘카 백팩’을 설명하고 있다. 단종됐던 이 가방은 RM(랩몬스터)가 착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랩몬백’이란 별칭을 달고 재출시됐다. 고영권기자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랩몬스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지난 해 10월 유럽 여행에서 메고 다녀 화제가 된 가방이 있다. 신생 브랜드 ‘컨티뉴’의 ‘엘카 백팩’으로 폐차 시트 가죽을 재가공해 만든 가방이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 돈 주고 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RM에게 “역시 개념돌(개념있는 아이돌)”이란 칭찬이 쏟아졌고, 단종됐던 백팩은 국내외 주문이 이어지며 재출시됐다. 가방을 만든 업체는 2015년 문을 연 주식회사 모어댄. 자동차 폐기물을 패션 상품으로 만든 발상도 신선한데, 직원 상당수가 탄력근무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이룬) 기업’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27일 서울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서 만난 최이현(37) 모어댄 대표는 “(엘카 백팩은) 2년 전 국내 첫 판매용으로 출시한 제품”이라면서 “PPL이 아니라서 더 많이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에 ‘브랜드 스토리’가 꽤 풍부하다. 영국으로 유학을 간 최 대표는 학부에서 홍보를, 대학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공했다. 2009년 어린이날,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게 20년 된 중고 미니쿠퍼를 선물했는데 6개월만에 뺑소니 사고를 당해 폐차해야 했다. “너무 아까워서 운전석 좌석만 떼서 집에 모셔뒀어요. 그걸 소파로 쓰다 발을 다쳤는데, 친구들이 ‘차라리 가죽만 떼서 에코백을 만들어 들고 다니라’고 하더라고요.” 최 대표는 보험금으로 다시 산 중고 미니쿠퍼에 떼어낸 좌석을 장착하며 친구들의 조언을 한귀로 흘러버렸는데, 석사 논문을 쓸 때 이 조언이 불현듯 생각났단다. 최 대표의 논문 주제는 ‘한국 자동차회사의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 “2,3차 하청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 여겨 이 주제를 정했고, 자동차 업체가 나아갈 방향으로 “매립되는 폐차 가죽을 가방이나 지갑으로 만들어 재활용하면 사회적 책임을 지면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와보니 영국에서 200만원 선에 샀던 중고차가 10배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창업 자본으로 한 푼이 모자라던 때라 팔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모아둔 1,000만원을 보탰다. 수백 군데 폐차장을 돌며 가죽을 모았다. 그 가죽으로 가방 샘플을 만들어보니 담배, 방향제 등 가죽시트에 밴 냄새가 문제였다. “물 세척 이외에 방법이 없지만 가죽을 빨면 굳거나 갈라졌죠. 적정 온도에서 습도 조절하는 건조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후에 왁싱하고 색상, 사이즈별로 분류해 가방 공장에 넘기는 데에 넉 달이 걸립니다.”

모어댄의 첫 제품을 멘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오른쪽ㆍ당시 랩몬스터로 활동)와 강호동. RM 사진이 알려지면서 단종됐던 가방이 재출시됐다. JTBC 화면 캡처ㆍRM 트위터
모어댄의 첫 제품을 멘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오른쪽ㆍ당시 랩몬스터로 활동)와 강호동. RM 사진이 알려지면서 단종됐던 가방이 재출시됐다. JTBC 화면 캡처ㆍRM 트위터

2015년 정부의 창업지원육성프로그램을 신청해 1억원을 지원받았다. 함께 정부 지원을 신청했지만 떨어진, 중견 업체 산업디자이너를 가방 디자이너로 스카우트했다. 대형 명품업체 본부장 출신도 상품기획자로 영입했다. “워커홀릭이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며 회사를 그만 둔” 경력단절 본부장에게 “일주일에 2,3일만 출근해 오전만 일해달라”며 요청한 결과다. 자연스럽게 탄력근무제가 회사 문화로 자리잡았다. 본부장 덕분에 40년간 명품 가방을 만들어온 장인들도 가세했다. 자투리 가죽을 이어 만드는 ‘한계’ 때문에 독특한 디자인들이 나왔다. 제품의 타깃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 있고 멋도 부릴 줄 아는 20~30대. 장인 손을 거쳐 책정된 가방 가격은 20만원 선, 지갑은 5만원 선이다.

2016년 2월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처음 제품을 선보였는데, 지갑은 두 시간만에 가방은 사흘만에 다 팔렸다. RM이 산 그 모델이다. 최 대표는 “오래 탄 자동차를 폐차할 때 아쉬워하는 분들을 위해 주문자생산방식의 ‘100% 핸드메이드’ 가방도 제작한다”고 덧붙였다.

경영학 성공 사례로 소개하기 좋은 브랜드 스토리 덕분에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다. 최 대표는 “회사 이름을 알리기까지 도움 받은 분들이 너무 많아서 말할 때마다 영화제 수상 소감 말하는 듯한 민망함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H-온드림 오디션에 선정돼 이제 현대다이모스를 통해 일주일에 5톤씩 폐차 가죽을 제공받는다.

‘엘카 백팩’으로 시작한 ‘컨티뉴’ 가방과 지갑은 이제 60여 종이 출시된다. 4월에는 홈쇼핑 방송을 시작하고, 미국 오프라인 매장도 연다. “회사 세울 때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우리 제품을 가진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됐으면 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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