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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두 번째 첨단 플라스틱 개발.. 외국산 20년 독점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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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두 번째 첨단 플라스틱 개발.. 외국산 20년 독점 깬다”

입력
2017.0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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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량 SK케미칼 화학연구소장

TV 속 LED반사판 등 활용 소재

이스트만 20년 독점 체제 위협

최근 미국, 일본 수출도 성공

“국산 전기차 대중화에 기여할 것”

SK케미칼이 첨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PCT 시장을 20년 동안 독점해온 세계적인 화학기업 이스트만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올해 안에 SK케미칼의 PCT로 만든 부품을 장착한 차량이 출시될 예정이다. 국산 PCT의 개발과 상업화를 진두지휘한 김종량(54) SK케미칼 화학연구소장은 “고객과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신소재를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삼평동 연구소에서 만난 김 소장의 손에는 차량용 커넥터와 TV용 LED 반사판이 들려 있었다. 이스트만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발한 PCT로 만든 제품들이다. “수입산보다 구하기 쉽고 비용도 덜 드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활용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으로 이미 수출도 시작됐다.

첨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PCT를 세계 2번째로 개발해 상업화까지 성공시킨 김종량 SK케미칼 화학연구소장이 PCT로 만든 LED 반사판을 소개하고 있다. 흰색 작은 사각형 하나하나가 반사판으로, 기존 소재와 달리 빛을 많이 쏘여도 어둡게 변하지 않는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첨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PCT를 세계 2번째로 개발해 상업화까지 성공시킨 김종량 SK케미칼 화학연구소장이 PCT로 만든 LED 반사판을 소개하고 있다. 흰색 작은 사각형 하나하나가 반사판으로, 기존 소재와 달리 빛을 많이 쏘여도 어둡게 변하지 않는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커넥터는 차량 내부의 전자회로를 이어주는 부품으로, 제조 과정에서 250도를 넘는 고온에도 변형되지 않아야 한다. 금속은 열에 강하지만 무겁다. 가벼우면서도 내열성이 강한 소재로 PCT만한 게 없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동차회사에 공급되는 PCT는 모두 이스트만 제품이었다. 특수 원료가 필요하고 대량생산이 쉽지 않아 독점 구조가 깨지지 않았다. “우리 기술력이면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는 김 소장을 믿고 도전한 SK케미칼 연구원들은 5년 만에 PCT를 개발해냈다. 약 250억원이 투입됐다.

국산 PCT는 TV에 먼저 쓰였다. TV에 들어가는 LED 소자는 빛을 한 방향으로 보내기 위해 반사판이 필요하다. 반사판 소재로 최근까지도 열에 강한 나일론을 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워지는 단점 때문에 TV 수명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단점이 없는 PCT는 LED 반사판 시장에서 나일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LED 반사판 시장은 이스트만보다 SK케미칼이 먼저 개척했다. 시장 개척은 신소재 개발의 최대 난관이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쓸 사람이 정해져 있는 신약과 달리 신소재는 만든 사람이 써줄 사람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김 소장도 수없이 발품을 팔았다. “고객이 요구하는 용도별로 필요한 특성이 나타나는지 일일이 검증하고, 이를 경쟁 소재와 비교하고, 용도에 적합한 모양과 크기로 변형하는 기술까지 빈틈 없이 갖춰야 한다”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화학소재 개발에 몸담은 지 올해로 30년째. 주력 제품인 PETG와 바이오 플라스틱을 포함해 10여 가지 소재가 김 소장의 손을 거쳤다. 고급 포장이나 가구, 화장품 용기 등에 쓰이는 고강도 투명 소재 PETG도 이스트만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발했다. 인체에 유해한 PVC를 친환경 소재인 PETG가 대체하는 추세다. 옥수수에서 뽑아낸 당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은 주방용품에 쓰인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생산량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하지만 대부분이 제조가 쉽고 값싼 범용 플라스틱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고기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한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PCT 국산화는 그래서 의미가 더욱 크다. 김 소장은 PCT 개발로 “세계 고기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국산 신소재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대중화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성남=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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