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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유럽 전문가들 “역사교육에 국가표준 바람직하지 않다”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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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유럽 전문가들 “역사교육에 국가표준 바람직하지 않다” 한목소리

입력
2016.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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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읽다] 린다 심콕스ㆍ애리 윌셔트 편 ‘세계의 역사 교육 논쟁’(푸른역사 발행)

유럽 근대사 전공자인 임병철 신라대 교수는 지난달 발표한 비평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 그 이후?’에서 정부가 진행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자체에 대한 비판을 넘어 국정화를 둘러싼 논쟁에 문제를 제기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교과서에 ‘올바른’ 역사가 담겨야 한다는 신념, 한국사를 역사의 중심으로 여기는 국가주의적 패러다임에 갇히면서, 국정화 논쟁이 교과서 내용에 매몰된 ‘정치싸움’에 그쳤다는 것이 비판 요지다. 역사교육 방향을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역사적 사고력·비판의식 함양으로, 국가주의가 아닌 세계주의적 교육과정으로 각각 전환해야 한다는 임 교수의 결론에 동의할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지만, 역사교육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사료나 사관을 주입할지를 넘어서는 고차원적 선택의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앞서 바람직한 역사교육 방향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정을 내렸던 국가들의 선례는 우리 내부의 풍부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06년 10월 유럽과 미국의 역사·교육 전문가들이 네덜란드 우트레치에서 진행한 원탁토론회의의 발표문을 묶은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좋은 참고가 된다. 교육학자인 옮긴이들(이길상ㆍ최정희)에 따르면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자국 가치의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진영과 역사교육에 있어 다문화·개방성을 강조하는 진영이 ‘국가 역사 표준’ 채택을 두고 정면충돌하며 이른바 ‘문화전쟁’을 경험했다. 서유럽은 1960, 70년대 역사교육 무용론이 팽배했던 시기를 거쳐 80년대 이후 역사교육 가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며 활발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발표자 입장은 각자의 국적(독일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이나 전공(역사학 교육학 역사교육학) 만큼이나 다양하다. 역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민주주의, 세계주의를 체득해야 한다는 주장 한편으로, 역사교육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수단을 제공하는 학문이란 입장도 공존한다. 역사교육과 가치교육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전자의 입장이라면, 후자는 수학, 과학 등 여타 학문이 그렇듯 역사 또한 고유의 목적과 방법론을 갖춘 순수 학문이라는 관점을 견지한다. 다만 11편의 발표문에 대한 종합논평을 맡은 위낸드 민하르트 네덜란드 우트레치대 교수가 지적하듯이 역사교육에 있어 국가 표준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점에는 모든 발표자의 견해가 합치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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