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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 이규형 “해롱이 연기, '날 보러와요'서 따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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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 이규형 “해롱이 연기, '날 보러와요'서 따 와”

입력
2018.01.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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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규형(왼쪽)은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마약사범 해롱이 한양 역을 연기했다. CJ E&M 제공
배우 이규형(왼쪽)은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마약사범 해롱이 한양 역을 연기했다. CJ E&M 제공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선 비밀을 지닌, 서부지검 사건과 과장이었다. 아이를 잃은 아픔으로 내내 말 수 없고 무표정한 모습을 보였던 그는 극 후반 주인공들이 쫓던 살인범으로 드러나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진중했던 그가 최근 종방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감빵생활’)에선 180도 달라졌다. 하이톤의 목소리와 귀여운 말투로 교도소 안 재소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해롱이 한양이 됐다. 마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애를 쓰는 마약사범이라기에는 발랄했다. 유치한 말과 행동으로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 유 대위(정해인)와 티격태격하며 무거운 교도소의 분위기를 밝게 바꾸었다.

이규형이 살인범과 귀여운 마약사범이라는 상반된 캐릭터가 이질감 없이 소화할 수 있던 데는 연극판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드라마 외에도 뮤지컬 ‘두근두근’, ‘싱글즈’, ‘비스티보이즈’, 연극 ‘극적인 하룻밤’, ‘나쁜자석’ 등 다양한 무대를 오가며 연기력을 다져왔다. ‘감빵생활’에 캐스팅된 계기도 무대 위 연기였다.

어릴 적 영화 ‘쉬리’(1998)를 보고 꿈을 키운 그는 대학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며 대학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연기력을 다진 후에는 스크린에도 얼굴을 비쳤다. 영화 ‘김씨 표류기’(2009), ‘관상’(2013), ‘나의 독재자’(2014),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2015) 등에서 역할의 무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22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이규형을 만났다.

-신원호 PD 작품에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

“신 PD가 배우 섭외를 위해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던 듯하다. 재작년 연극 ‘날 보러와요’와 뮤지컬 ‘펜레터’를 초연했는데, 신 PD가 두 작품을 우연히 연달아 봤다. ‘날 보러와요’에서 용의자로만 1인 4역을 했는데, 그 중 만취해서 난동을 피우는 두 번째 용의자의 모습이 해롱이 역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그 캐릭터를 조금 다듬어서 하면 어떻겠냐며 나를 오디션에 불렀다. 연극 때 선보인 캐릭터에서 좀 더 하이톤으로 목소리를 바꾸고 발랄하게 그리면서 지금의 해롱이 캐릭터가 완성됐다.”

-동성애자 마약사범은 사회 통념으로는 매끄럽게 받아들여질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연기할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큰 고민은 최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교도소 안의 어두운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캐릭터에 거부감이 들면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의 경우 겉으로 보면 친구처럼 보이지만, 인물의 과거를 아는 시청자 눈엔 애틋해 보일 수 있도록 최대한 담백하게 연기했다.”

배우 이규형은 “배우라는 직업은 롤러코스터같다”며 “흥행 여부에 일희일비하면 내 페이스를 잃어버리니 작품에만 최대한 집중한다”고 말했다. 엘엔컴퍼니 제공
배우 이규형은 “배우라는 직업은 롤러코스터같다”며 “흥행 여부에 일희일비하면 내 페이스를 잃어버리니 작품에만 최대한 집중한다”고 말했다. 엘엔컴퍼니 제공

-배우들과의 합은 어땠나. 장난치는 장면이 많아 애드리브도 있었을 듯 하다.

“캐릭터들의 합이 잘 맞아 재미있다고 느낀 순간이 많다. 배우 박호산 선배와 서로의 눈에 물파스, 청양고추를 바르며 싸울 때는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시청자에겐 익숙하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이 20년 이상 연기를 해온 베테랑들이다. 무대에서도 자주 보던 얼굴들이라 연기가 수월했다. 박호산 형과는 지난해까지 2인극을 함께 끌어간 인연이 있다. 법자 역의 배우 김성철, 유 대위 형인 유정민 역의 배우 정문성도 작품을 함께 많이 했다. 제혁의 동생으로 나오는 제희 역의 배우 임화영은 알고 지낸지 벌써 15년이 됐다.”

-방영 초반엔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뒷심을 발휘했다.

“방영 초에도 잘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유명 야구선수가 교도소에서 겪는 고난을 슬기롭게 헤쳐나간다는 내용은 이전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니까. 블랙코미디라 웃기면서도 긴강감을 놓치지 않고 끌고 가는 부분이 좋았다. 인물마다 사회 풍자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다. 유 대위의 폭행치사사건이나 야구선수 제혁의 과잉방위 사연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출소한 해롱이는 마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결국 다시 감옥으로 돌아간다. 안타까워하는 시청자가 많다.

“결말엔 만족한다. 모든 재소자가 아름다운 결말을 맞는다면 범죄자가 미화되는 부작용을 낳았을 것이다. 해롱이는 마약중독으로 몸이 아픈 마약사범인데 지나치게 발랄하게 그려진 측면이 있어 더욱 그렇다. 현실에서도 마약이 그렇게 끊기가 쉬운 게 아니라고 들어 스토리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감빵생활’의 최종적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람 사는 이야기를 그린 것 같다.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고난을 극복해 성장하는 인간사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 안에는 해롱이처럼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도, 장기수(최무성)처럼 교화돼 제 2의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감빵생활’은 사실 성장드라마다. 주인공 제혁이 인생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여러 사람을 만나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일이나 가정의 문제에 시달리는 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인 것 같다. 해롱이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이 됐던 말이 ‘일주일의 피로가 싹 풀린다’는 말이었다.”

-tvN ‘도깨비’, ‘비밀의 숲’, ‘감빵생활’까지, 범죄자 역할로 많이 비쳤다.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욕심은.

“감옥에 그만 가고 싶다. 결말이 행복한 캐릭터를 만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전에는 기회를 잡기에 급급했다면, 올해는 ‘이런 연기도 되는 배우였구나’하는 평가를 받는 게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가진 능력을 잘 활용하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활동할 것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배우 이규형은 “극중 유 대위(정해인)과 싸우는 장면은 거의 애드리브다”라며 “장면을 찍을 때마다 배우 정해인과 논의해 큰 동선을 짜놓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엘엔컴퍼니 제공
배우 이규형은 “극중 유 대위(정해인)과 싸우는 장면은 거의 애드리브다”라며 “장면을 찍을 때마다 배우 정해인과 논의해 큰 동선을 짜놓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엘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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