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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궁궐 지으며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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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궁궐 지으며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

입력
2017.05.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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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에서 성벽 축조 당시 제물로 바쳐진 것으로 보이는 인골 2구가 출토됐다. 문화재청 제공
경주 월성에서 성벽 축조 당시 제물로 바쳐진 것으로 보이는 인골 2구가 출토됐다. 문화재청 제공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성벽에서 1,500년 전 제물로 바쳐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 2구가 출토됐다. 성벽 유적에서 인골이 확인된 것은 국내 최초로 제방이나 건물을 지을 때 사람을 주춧돌 아래에 묻으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인주(人柱) 설화가 고고학적으로 확인된 첫 사례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5세기 전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경주 월성의 서쪽 성벽의 기초층에서 정면으로 똑바로 누워 있는 인골 1구와 얼굴과 팔이 이 인골을 향해 있는 또 다른 인골 1구를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두 인골이 발견된 기초층은 성벽을 본격적으로 쌓기 직전 층이다. 연구소는 “성벽을 쌓는 과정에서 사람을 제물로 사용한 제의의 흔적”이라며 “두 인골은 결박이나 저항의 흔적이 없고 곧게 누운 점으로 미뤄 사망한 뒤에 묻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체질인류학적 분석과 유전자(DNA) 분석 등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체질적 특성과 건강상태, 식생활 등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 월성에서 출토된 터번 쓴 토우. 문화재청 제공
경주 월성에서 출토된 터번 쓴 토우. 문화재청 제공

월성 북쪽 면에 길게 늘어져 있는 해자에서는 소그드인(현재 이란계 주민)으로 추정되는 터번 쓴 토우(土偶)가 출토됐다. 이 토우는 눈이 깊고 끝자락이 오른 팔까지 내려오는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 소매가 좁은 이슬람문화권의 복식인 카프탄을 입고 있는 모습이 페르시아 복식의 영향을 받은 소그드인으로 추정된다. 6세기 토우로 추정 돼 현재까지 출토된 소그드인 추정 토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사람과 동물, 말을 탄 사람 등 다양한 토우가 발견된 이 해자는 약 500년 동안 수혈해자에서 석축해자로 변화하며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월성의 역사적 가치를 입증하는 목간 7점도 새로 발굴됐다. ‘병오년’이라고 적힌 목간은 법흥왕 13년(526)이나 진평왕 8년(586)으로 추정된다. 월성의 사용 시기는 물론 6세기 신라의 활발한 문자활동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또 지방민에게 주어지던 관직을 의미하는 ‘일벌’ ‘간지’, 노동을 뜻하는 ‘공’자가 적힌 목간은 신라 중앙정부가 당시 왕경 정비사업에 지방의 노동력을 동원했던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소는 추정했다.

신라시대 유적에서는 처음으로 곰의 뼈가 확인됐고, 멧돼지나 개의 머리뼈를 절단한 흔적도 발견됐다. 산림청이 희귀식물로 지정한 가시연꽃의 씨앗과 같은 식물유체와 손칼과 작은 톱 등으로 정교하게 만든 얼레빗 등 목제유물도 다양하게 발견됐다.

경주 월성은 101년(파사왕 22) 신라의 왕성으로 축성돼 신라가 망한 935년까지 궁궐로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2015년 3월 경주 월성 정밀발굴조사를 시작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경주 월성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토우들. 문화재청 제공
경주 월성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토우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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