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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 칼럼/10월 15일] 유감스런 국민연금 논의 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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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 칼럼/10월 15일] 유감스런 국민연금 논의 이월

입력
2013.10.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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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정부, 강한 정권은 국민의 지지가 많아야 한다. 못지 않게 중요한 대목은 리더가 정권을 수임하는 과정에서 '빚과 약점'이 없어야 한다. 미래지향적이고 정의로운 정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 강한 정권이 필요하다. 우리처럼 대통령 역할이 5년 단임에 묶여 있다면 지속가능한 틀을 만들기 위해선 임기 초반이 적기일 수밖에 없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부 시절은 그냥 넘어가자.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강한 정권이었다. 야당 시절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가려져 있던 '빚과 약점'이 불거져 허약한 정권으로 마감했지만 그것은 집권 후반기 레임덕의 일환이었다.

문민정부는 금융실명제를 정착시켰다. 1993년 2월 시작한 문민정부는 그 해 8월 '긴급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다. 금융실명 문제는 1982년 이른바 '이철희 장영자 사건'이 터졌을 때 이야기가 나왔고, 이듬해 '7ㆍ3조치'로 공식 거론됐다. 집권 초기 강력한 정권은 10년간의 논란을 종식시켜 음성적 거래들을 위축시키는데 기여했다. 이후 긍정적 효과는 계속 커져왔으며, 종합과세제도 확립과 건전한 금융관행을 지속가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1998년 시작된 국민의 정부 당시 국민건강보험도 그랬다. 그 해 10월 지역조합과 공무원ㆍ교원 의료보험공단을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으로 합쳤다. 개혁은 국민의 정부 5년 내내 이어졌고, 다음 참여정부 출범 5개월 후인 2003년 7월 실질적인 건강보험 통합을 이뤘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도 개선을 거듭해 4대 사회보험을 통합관리하게 됐고, 현재 국민의 97% 이상이 혜택 받고 있다. 1977년 대기업 중심으로 직장의료보험제도가 처음 도입된 뒤 20년 간의 논쟁을 끝내고 미래지향적 제도의 기틀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는 강력한 정부, 강한 정권인가. 그렇다. 대선에서 1.5% 차이로 당선되었으나 '빚과 약점'이 적다는 점이 강력한 리더십을 만들고 있다. 정권에 대한 지지와 선거에서의 득표율은 의미가 같지 않다. 득표율만 보면 22.6% 차이로 당선된 이명박 정부는 유신 이래 최고로 강력한 정권이어야 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스스로의 '빚과 약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 논의를 다시 5년 뒤로 미룬다니 유감이다. 지난 8일 "2018년까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말을 앞세웠으나, 실제는 그때까지 결정을 이월한다는 의미다. 보험료율 개시연령 소득대체율 등 국민연금과 관련된 사안은 애초 5년마다 새로 결정하기로 약속했다. 제도발전위원회가 대선 직전 10월부터 새 정부 첫 해 8월까지 논의해 결정토록 한 의미는 이 문제 해결엔 '정권의 힘과 국민의 지지'가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이를 에둘러 온 원인은 이와 무관치 않다.

박근혜 정부는 달라야 한다. 논의가 인상을 위한 자리일 수밖에 없지만,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둘러싸고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은 별개다. 기초노령연금은 대통령의 공약 문제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미래를 위한 '커다란 사회적 정의' 문제다. 1998년 처음 보험료율이 8%로 정해진 이후 2003년, 2008년 두 차례 위원회에서 '수건 돌리기' 식으로 슬그머니 지나갔고, 이번 제3차 논의에서도 2018년 제4차로 넘긴다는 결정만 했다.

박근혜 정부 최대의 아이콘은 미래의 국민복지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국민연금 2013년 인상 불가피론'이 여야간 공감대를 이뤘고, 당시 박근혜 후보도 공감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상대적으로 '빚과 약점'이 적은 박근혜 정부가 다음 정권, 또 다음 정권으로 시한폭탄의 시계바늘만 늦추는 일을 해선 안 된다. 지금이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정의의 틀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병진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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