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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4대 개혁은 허구다

입력
2015.08.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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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는 빈약하고 방향도 잘못 잡아

부처 업무에 개혁 포장만 씌운 졸속

대통령 임기 후반 올인 할 가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개혁 실천 의지는 강고하다. 여름 휴가 복귀 후 거의 매일같이 4대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으니 장관들과 여당 지도부가 뒷짐지고 있을 수 없다. 정권 전체가 4대 개혁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선 모양새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박 대통령은 4대 개혁을 승부수로 띄운 듯하다. 임기 전반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4대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려는 것처럼 보인다. 한데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올인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걸까. 4대 개혁을 마무리하면 경제가 살아나고, 국가의 성장엔진에 불이 붙을 수 있을까. 정부가 밝힌 4대 개혁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공공개혁의 핵심은 공무원이다.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공무원 조직을 개혁한다는 얘기는 없다. 공공기관과 공기업만 쥐어짜겠다고 한다. 정부가 목을 매다시피 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만 해도 공무원은 쏙 빠져 있다. 인원 감축이나 무능ㆍ저성과자 퇴출은 공무원만 예외다. 오래 전부터 60세 정년 혜택을 누려온 공무원은 임금도 깎지 않고 강제로 내보내지도 않겠다면서 국민들에게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셈이다. 이래서야 개혁의 타당성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국 캐머런 정부는 갖가지 개혁 방안을 내놓으면서 공무원 10만 명 감축과 공무원ㆍ교사의 임금상승 억제를 약속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중하위권에 머물러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뿌리깊은 관피아 유착, 연일 터져 나오는 공무원 비리를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정부와 공무원은 손대지 않은 채 아무리 고통 분담을 외친들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맹이가 없기는 교육개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담화에서 선행학습 근절을 핵심 교육개혁 과제로 내세웠다. 자신이 불과 이틀 전에 국무회의에서 초ㆍ중ㆍ고교 방과후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법안을 의결한 사실도 몰랐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만 봐도 교육개혁의 허구성이 드러난다. 부실한 내용이 민망했는지 교육부가 내놓은 후속 조치는 더 한심하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 대학 구조개혁 등 거개가 기존에 교육부가 해왔던 일들이다. 통상적인 업무를 교육개혁이라는 포장만 씌워 내놓은 꼴이다. 적어도 교육개혁이라는 문패를 달려면 대학서열화 철폐나 특목고 해체에 준하는 고교 체제 개편, 사교육비의 획기적 감축 방안 등이 제시돼야 한다.

금융개혁은 개념도 모호하고 실체도 불분명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금융기관과 금융업을 겨냥해 “뭔가 고장 났다”고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경제 책임자조차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당사자들도 방향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기껏 나오는 얘기가 금융회사 영업행태 개선, 인터넷은행 설립 등인데 이 정도로 개혁 타이틀을 달 만한 건지 의아할 따름이다. 정작 금융계에서 가장 화급한 문제는 낙하산 인사 등 정부의 인사개입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노동개혁인데 먹장 구름이 잔뜩 끼었다. 임금피크제나 고용유연화가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어렵사리 받아들여진다 해도 재계가 청년고용을 늘릴 거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기업들 배만 불려줄 거라는 주장에 확실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노동계의 노사정위원회 복귀 카드로 이 두 가지 안건을 중장기 과제로 돌리겠다는 중재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노동개혁 프레임을 흔드는 사안이다. 두 가지 핵심 사항이 제외된다면 정부가 주장해온 노동개혁은 명분도 실리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도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으면 ‘개혁’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밀어붙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처럼 방향도 틀리고 내용마저 부실하다면 결과는 보나마나 일 것이다. 화려한 말 잔치와 겉치장만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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