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개방각 녹내장 위험 16% 더 높아”

같은 고혈압이라도 나이 따라 2배 이상 증가

고혈압 환자는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처음 확인된 연구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지거나 혈액순환 문제 등을 원인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며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녹내장은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이 있다. 개방각 녹내장은 눈의 체액(방수)이 나가는 배출구는 열려 있지만 원활이 빠져 나가지 못해 발생한다. 대부분 서서히 진행돼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녹내장의 80% 정도가 개방각 녹내장이다.

김찬윤ㆍ김성수ㆍ임형택ㆍ이상엽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팀은 고혈압 진단을 받은 10만 62명과 비교군(정상 혈압) 10만 62명을 1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고혈압 환자는 개방각 녹내장 위험성이 16% 더 높다고 20일 밝혔다.

65세 미만에서도 고혈압이 있으면 녹내장 위험성은 정상혈압인 사람보다 17%로 높았다. 고혈압 이외에 간질환이나 이상지질혈증 등 동반질환이 있으면 녹내장 위험이 22% 높았다.

그동안 고혈압으로 개방각 녹내장 발생률이 16~22%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있었지만 건강검진 결과가 포함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혈압학회지’(Journal of Hypertension)’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같은 고혈압 환자라도 나이가 많을수록 개방각 녹내장 발생 확률이 더 높았다. 고혈압 환자 40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50대는 1.82배, 60대는 2.76배까지 올랐다. 70대 이상은 3배 이상 높았다.

수축기 혈압이 높을수록 개방각 녹내장 발생률도 증가했다. 수축기 혈압이 120㎜Hg 이하라면 녹내장 발생률이 인구 만명 당 15.5명인데 반해 140㎜Hg 이상은 19.2명으로 20%이상 높아 녹내장 예방을 위해 혈압 조절이 중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혈압 환자와 정상혈압 환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역시 고혈압 환자에서 개방각 녹내장 발생이 많았다.

연구팀이 정상혈압 일반인 만 명을 1년간 추적 관찰했을 때 40~64세에서는 15명, 65세 이상에서 17명의 새로운 녹내장 환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고혈압이 있으면 40~64세에서 31명, 65세 이상에서 34명에서 녹내장이 확인됐다.

고혈압 환자가 다른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40~64세에서는 33명, 65세 이상에서 41명의 새로운 녹내장 환자가 발생했다.

김찬윤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적절히 관리하고 40대 이상이라면 연 1회 안과 검진을 통해 녹내장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김성수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김찬윤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