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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시진핑 사상 필사운동 확산

입력
2017.10.29 21: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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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공산당이 당원들의 당헌ㆍ당규 숙지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개설한 온라인 시험 사이트.
지난해 중국 공산당이 당원들의 당헌ㆍ당규 숙지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개설한 온라인 시험 사이트.

문화대혁명(1966~1976년) 당시 많은 중국인은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집인 ‘소홍서(小紅書)’를 항상 휴대하고 다녔다. 이 책은 마오쩌둥의 저서와 연설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1961년 5월부터 인민해방군 기관지에 실었던 내용들을 재편집했다. 마오쩌둥에 대한 생각이나 평가와는 무관하게 홍위병들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녔던 책이다. 심지어 이 어록집을 결혼식 예물로 주고받기도 했다.

1964년 중국 정부가 포켓사이즈로 출간한 소홍서는 문화대혁명 기간에만 50억부 이상이 인쇄됐다. 홍위병들이 집회 때마다 소홍서를 손에 들고 흔들며 마오쩌둥에게 지지를 표하는 모습은 문화대혁명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다. 마오쩌둥 사상을 공부하고 외우고 이를 전파하는 건 홍위병들에게 최고의 덕목이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마오쩌둥을 신격화ㆍ우상화함으로써 중국 사회를 암흑기로 몰아넣는 데 일조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집단지도체제 정립을 비롯해 1인 절대권력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고안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선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 정책 이후 가장 강도가 높은 사상 학습 캠페인이 시작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19차 공산당대회를 통해 사실상 1인 천하를 구축하자 관영매체와 주요 인사들은 경쟁적으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학습하자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서기와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은 지방정부 조직과 당원들을 독려해 시진핑 사상 학습을 시작했다. 시진핑 사상이 삽입된 1만7,000자 분량의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 당헌) 베껴쓰기 운동도 포함해서다. 당대회 결의문에 “시진핑 신시대 사상으로 두뇌를 무장하고 실천을 지도하자”는 대목이 포함된 만큼 시진핑 사상 학습과 당장 필사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 집권 후 공산당은 양학일주(兩學一做: 두 가지 공부로 하나의 목표를 이룸) 운동을 시작했다. 공부해야 할 두 가지는 당장과 시진핑 어록이고, 하나의 목표는 훌륭한 당원이 되는 것이다. 8,900만명에 달하는 당원이나 젊은 예비당원들은 당장을 외우고 베껴쓰면서 자신의 당성을 입증해왔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에서 당장ㆍ당규 시험을 실시하기도 했고, 당장 베껴쓰기 100일 운동도 벌였다. 심지어 한 국유기업은 소속 남자직원이 신혼 첫 날밤 신부와 함께 당장을 베껴쓰는 사진을 게재했다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시진핑 사상이 삽입된 중국 공산당 당장 개정안에는 양학일주란 용어도 함께 명기됐다. 당대회 기간 중 천바오성(陳寶生) 중국 교육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시진핑 사상을 교육시키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대로 가면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1만7,000자를 달달 외우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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