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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복불복

입력
2018.09.0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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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청등도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돌미역을 공동으로 채취해 함께 나눠 가진다. 그런데 미역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 참 흥미롭다. 작업에 참여한 사람 수만큼 눈대중으로 미역을 나눈 다음 사람들이 신고 있는 신발 한 짝씩을 벗어 바구니에 넣고 머리에 인 상태에서 주인을 알 수 없는 신발을 미역 위로 던져 넣는다. 그리하여 신발짝이 떨어진 자리의 미역이 자기 몫이 되는데, 이렇게 신발짝을 무작위로 던져 미역을 나눠 가짐으로써 사람들은 ‘내 것은 적다’, ‘네 것은 많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기 운이라고 생각해 결과에 순응하게 된다.

청등도의 이러한 분배 방법은 ‘복불복’이라고 할 수 있다. ‘복불복(福不福)’은 복을 누리는 분수가 좋거나 좋지 않음은 사람의 운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복불복’을 ‘복걸복’이라고 잘못 이야기하는데, 이는 ‘福不福’이라는 한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잘못 발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처럼 한자어의 원음에서 멀어진 형태의 비표준어가 언중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면서 마치 표준어인 것처럼 잘못 사용되고 있는 예들이 많이 있는데, ‘야반도주(夜半逃走)’를 ‘야밤도주’로 ‘동고동락(同苦同樂)’을 ‘동거동락’으로, ‘혈혈단신(孑孑單身)’을 ‘홀홀단신’으로, ‘절체절명(絕體絕命)’을 ‘절대절명’으로 잘못 말하는 것 등이 그 예들이다.

다만 ‘강낭콩(江南-)’이 ‘강낭콩’으로, ‘삭월세(朔月貰)’가 ‘사글세’로 표준어가 바뀐 경우처럼 언중들 사이에서 한자어의 어원 의식이 약해져 한자어 원음으로부터 멀어진 형태가 표준어가 되기도 하지만 위에 언급한 한자어들은 아직 한자어의 어원 의식이 강하게 살아 있으므로 원음에 충실하게 발음해야 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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