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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사회당 아몽 돌풍, 좌파 재건 중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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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사회당 아몽 돌풍, 좌파 재건 중심될까

입력
2017.01.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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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줄이고 기본소득 확대

급진적 좌파 공약 내세워

발스 前총리 ‘대세론’ 뛰어넘어

유럽 극우 열풍에 당세는 약화

4월 대선 승리 쉽지 않을 듯

브누아 아몽 전 프랑스 교육장관이 22일 프랑스 사회당 1차 대선후보경선에서 선두를 차지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한 지지자가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브누아 아몽 전 프랑스 교육장관이 22일 프랑스 사회당 1차 대선후보경선에서 선두를 차지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한 지지자가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사회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브누아 아몽(50) 전 교육부 장관이 좌파 진영을 대표하는 마뉘엘 발스(55) 전 총리의 ‘대세론’을 잠재우고 1위에 올랐다. 프랑스 사회당 경선 결과는 극심한 당론 분열과 저조한 지지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유럽 내 좌파 주류정당인 사회주의 정당이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유럽회의주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장선 반세계화론 공세에 힘을 잃고 있다.

아몽 후보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사회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개방형 경선에서 전체 약 120만표 중 36%를 득표, 31%에 그친 발스 후보를 제쳤다. 발스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통합 중도 후보”를 표방했으나 대세론을 유지하지 못하고 2위로 밀려났다. 3위는 18%를 득표한 아르노 몽트부르 전 경제장관이다. 아몽과 발스 두 후보는 오는 29일 결선을 치르지만, 몽트부르 후보가 즉시 아몽 후보 지지를 선언했기에 큰 이변이 없으면 아몽 후보의 경선 승리가 확실시된다.

아몽 후보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발스 후보의 시장주의 개혁에 반감을 품은 당내 ‘분노한 아웃사이더 좌파’세력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외신들은 정책 방향 등 여러면에서 아몽 후보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후보와 결이 다르지 않다고 분석할 정도다. 아몽은 올랑드 정권에서 교육장관을 맡았지만, 발스 후보가 총리를 맡은 후 그를 지나치게 시장친화적이라 비판하며 사임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주간 노동시간을 35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이고, 18세부터 25세까지 매월 기본소득을 공급한 후 단계적으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등 급진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우파 진영의 ‘반이슬람’ 공세도 “프랑스의 세속주의를 비틀어 무슬림을 공격하고 있다”며 적극 비판했다.

올랑드 정권의 인기하락으로 위기에 처한 사회당이 경선 결과 아몽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발굴한 것은 분명 프랑스 좌파진영의 큰 소득이다. 하지만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극우 열풍으로 인해 아직 사회당이 대선에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올해 사회당 개방형 경선에 참여한 유권자는 약 120만명. 올랑드 대통령을 후보로 선출한 2011년 경선 참여자 260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유권자들 사이 사회당 후보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음을 방증한다. 올해 4월로 예정된 대선에서는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와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가 결선을 치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나마 범좌파 가운데서조차 독자세력 ‘앙 마르슈(전진)’를 이끌고 대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에 대한 지지가 어떤 사회당 후보보다도 높은 게 현실이다.

주류 좌파의 위기는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중도 좌파 민주당이 신흥 좌파정당 오성운동의 기세에 밀리고 있다. 폴란드는 2015년 총선 이후 좌파정당 자체가 원내에서 사라졌다. 영국에서는 급진 성향으로 분류되는 제러미 코빈이 노동당 대표를 차지하고 있지만, 당내 중도세력과의 대결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전통적으로 좌파 정당을 지지해온 중산층과 노동계급 유권자들 사이에 반유럽ㆍ반세계화 정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주류 좌파 정당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주류 좌파가 무너진 공백지로 유럽회의주의를 표방한 우파 정당이 세를 넓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고무된 각국의 극우 정당들은 급기야 ‘반유럽 연대’를 전면화했다.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자유당 대표, 프라우케 페트리 독일대안당(AfD) 대표 등과 21일 독일 코블렌츠에서 열린 유럽의회 내 극우 의원 모임 행사에 참석, 올해로 예정된 총ㆍ대선 승리를 다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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