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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국민을 궁민으로 발음하는 이유

입력
2016.08.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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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자음은 조음 방법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 코로 공기를 내보내면서 내는 비음(ㄴ, ㅁ, ㅇ)과 폐에서 나오는 공기를 막았다가 막은 자리를 터뜨리며 내는 파열음(ㄱ, ㄲ, ㅋ, ㄷ, ㄸ, ㅌ, ㅂ, ㅃ, ㅍ), 입안이나 목청 사이의 통로를 좁혀서 마찰시켜 내는 마찰음(ㅅ, ㅆ, ㅎ), 입안의 날숨을 막았다가 터뜨리며 마찰시키는 파찰음(ㅈ, ㅉ, ㅊ), 혀끝을 잇몸에 댄 채 날숨을 그 양 옆으로 흘려보내면서 내는 유음(ㄹ)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서로 조음 방법이 다른 자음들이 함께 이웃하게 되면 연이어 발음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국민’에서 받침 ㄱ은 파열음인데 반해 다음에 오는 초성 ㅁ은 비음이기 때문에 받침 ㄱ과 초성 ㅁ을 연이어 발음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발음의 편의를 위해 이웃한 말소리가 서로 영향을 받아 비슷하거나 같은 소리로 바뀌게 되는데, 이를 ‘소리의 동화’라고 한다. ‘국민’의 발음이 [궁민]이 된 것은 받침 ㄱ이 이웃한 초성 ㅁ의 영향을 받아 ㅁ과 조음 방법이 같은 비음인 ㅇ으로 소리가 바뀐 경우이다.

그럼 ‘협력’을 [혐녁]으로 발음하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협력’은 소리의 동화가 앞뒤로 함께 이루어진 경우인데, 먼저 ‘협력’의 첫째 음절 받침 ㅂ 뒤에서 둘째 음절 초성 ㄹ이 ㄴ으로 바뀌어 [협녁]으로 동화된 다음 그 ㄴ 때문에 첫째 음절의 받침 ㅂ이 다시 ㄴ과 조음 방법이 같은 비음인 ㅇ으로 역행동화되어 [혐녁]으로 발음된 것이다. ‘협력’을 글자 그대로 [협력]으로 발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앞으로는 [혐녁]으로 소리를 동화시켜 발음하도록 하자.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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