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영창 기자

등록 : 2017.07.17 04:40
수정 : 2017.07.17 07:27

시간당 임금인상 1060원 중 정부가 581원 지원

등록 : 2017.07.17 04:40
수정 : 2017.07.17 07:27

소상공인ㆍ영세 중기 지원대책

저소득층 직접 지원 효과 높지만

전문가들 “매년 수조원 누적 부담에 집행 비용 더 들 우려도 높아”

내년 최저임금이 16.4%나 인상되며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임금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을 초과하는 인상분은 재정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내 놨다.

정부는 1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ㆍ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세 사업주 부담을 덜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사업주가 부담 가능한 적정 수준을 넘는 임금 인상분을 재정에서 직접 지원한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올해(6,470원)보다 1,060원 오르는데, 이 중 최저임금 5년간 평균 인상률에 해당하는 7.4%의 인상분(479원)은 사업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581원을 정부가 사업자를 통해 임금으로 주는 구조다. 월급여 환산시 정부가 약 12만2,000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관계부처 논의를 통해 지원대상, 지원금액, 전달체계를 구체화해 재정 소요분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30인 미만 사업장에 임금 인상분을 지원하게 되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 소요분은 3조원 안팎이 된다.

이는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에 정부가 사실상 월급 일부를 직접 지급하는 개념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청년층이나 고령층 등 특정 계층에 임금을 지원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포괄적 대상에 임금을 직접 지원한 예는 매우 드물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은 대부분 소비로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득이 늘면 투자를 늘리는 고소득층과 달리 저소득층은 증가된 소득을 거의 소비로 지출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은 한계소비성향(추가로 번 소득 중 소비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효과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 구상과 딱 맞아떨어지는 개념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에게 사실상 월급을 주는 이 방식은 상당한 재정을 필요로 한다. 내년에만 정부가 3조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고,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부담도 누적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임금은 한번 오르면 계속 유지되는 것이어서 재정으로 매년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 두 명 고용한 사업장별로 매달 고용상황을 파악해 매번 돈을 보내주는 방식이 되므로 집행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문 대통령 공약인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거의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인상을 해야 해, 정부 부담은 더 늘 수밖에 없다. 정부가 소득세ㆍ법인세 등 세율 인상을 곧바로 추진하지 않기로 한 상황이라, 수조원의 추가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최저임금 차액분을 지원하려면 내년 예산부터 당장 반영돼야 하는데, 이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서 공무원 채용 확대를 반대하는 야당이 이런 안에 합의해 줄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한편 정부는 임금 보전과 별도로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부담이 증가하는 사회보험료의 지원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소득 140만원 미만 근로자의 국민연금ㆍ고용보험 부담분은 일정비율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또한 자영업자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상가임대차법 시행령을 개정해 보증금ㆍ임대료 인상률 상한선(현재 9%)을 낮추기로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세입자의 재계약 요구권) 행사 기간도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이달 말부터 낮아진다. 지금은 연매출액 2억원 이하인 영세사업자에게만 0.8%의 수수료율이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사업자로 그 범위가 확대된다. 현재 2.0%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3억~5억원 중소가맹점의 요율은 1.3%로 낮아진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16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대책관련 긴급 당정협의에서 김동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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