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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아십니까] “통합교육 성장하려면 학부모 장애이해 교육 의무화해야”

입력
2017.09.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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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가치관이 자녀에 큰 영향

문서 배포보다 집합연수 바람직

발달장애인들 부정적 인식 커져

이들에 대한 보호시스템 강화를

배려가 교육목표ㆍ평가요소 돼야

한국통합교육학회장인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증가했지만 학생들이 배려를 배울 수 있는 토양이 척박해 실질적 통합교육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한국통합교육학회장인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증가했지만 학생들이 배려를 배울 수 있는 토양이 척박해 실질적 통합교육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이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죠. 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이 한 교실에서 통합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나면 아이들은 부의 축적이 성공이고, 이는 어떤 인적 자원과 관계를 형성하느냐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느 학원에 다니고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는지로 서로를 구별하는 걸 몸에 익히게 된 아이들은 구별을 정당화하고, 차별을 공고히 하며, 나아가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가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진정한 배려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이 배려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게 건전한 시민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질이라는 걸 어떻게 체득하겠습니까? 이게 바로 통합교육을 저해하는 핵심 원인이에요.”

한국통합교육학회장인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가 지적하는 한국 통합교육의 문제점은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 한계이자 핵심이 되는 문제다. 어떤 식으로든 특수학교를 대거 증설해 매년 반복되는 지역 내 갈등을 유보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상처만 남기는 통합교육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 장애 학생은 사회적응능력을 키우고 비장애 학생은 사회적 책임감을 배우게 되는 통합교육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가 규정한 국제사회의 약속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학술적으로만 사용되던 통합교육이라는 용어가 법률에 본격 등장했다.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을 설치하는 식의 통합교육은 일제시대에도 있었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임용시험을 통해 특수교사를 대거 선발하기 시작하면서 특수학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양적 성장 면에서나 정부 정책 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배려를 배울 수 있는 토양이 너무 척박한 나머지, 실질적인 통합교육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특수교육 대상자뿐 아니라 다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일반교육의 문제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에 더해 일반교사와 특수교사 양성기관이 달라 통합교육에 대한 교사간 인식 수준의 차가 너무 크다. 현재 교대생과 사범대생들은 대개 2학점 정도의 특수교육개론을 필수과목으로 듣고 있지만,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통합교육의 책임 소재, 상벌이나 의무 등이 법적으로 불명확해 일반교사의 경우 개인 의지에 따라 운영이 달라진다.

특수학급보다는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같은 교실에서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협력교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외형적 투자에 집중하지 말고 특수교사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장애 학생의 수준에 맞게 개별적으로 교육과정을 조절하는 교수적 수정과 협력교수가 가능하다.”

-통합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반학생과 학부모들이 장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는 게 필수다. 현재 각급 학교의 장애이해 교육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매년 장애인의 날이면 거의 모든 학교들이 비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형식적으로나마 장애이해 교육을 실시한다. 그런데 학부모들에 대한 장애이해 교육은 거의 전무하다. 부모의 가치관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데, 이런 상황에서 통합교육의 실속 있는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장애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장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법률에 학부모 연수를 의무화하는 게 시급하다. 인터넷이나 문서 배포보다 집합연수를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행 장애이해 교육은 시각, 청각, 지체장애 위주라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증진이 취약하다. 통통합교육 현장에 가장 많은 학생들이 발달장애 학생인데.

“발달장애는 체험을 통해 이해하기가 어렵다. 잘못하면 장난이나 놀이로 전락하기 쉽다. 이 경우 오히려 발달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발달장애 학생들이 지능이나 학습에 어려움을 보이는 이유도 다양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이해교육을 실시하기도 어렵다. ‘시각장애인은 잘 보지 못한다’ 같은 소극적 관점에서 벗어나 감각기관에 문제가 있으면 누구나 생활 및 학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일반론적인 측면에서 장애이해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이라는 대상을 이해해주는 교육에서, 사회 공동체를 위한 보편적 관점에서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배려의 교육으로 대치돼야 한다. 특정 장애의 가시적 현상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본질적으로 우선해야 한다.”

-2015년 발달장애인이 창 밖으로 아기를 던져 사망케 한 ‘상윤이 사건’으로 인해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이 심화됐다. 어떻게 하면 이런 편견을 해소할 수 있을까.

“편견을 해소하는 것은 단번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윤이 사건을 통해 편견을 깨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 이 말을 하면서도 상윤이 어머니가 떠올라 감정이 북받친다. 발달장애 1급을 이해해 주자고 주장하는 것은 ‘나는 이해하기 싫다’는 부정적 감정을 더 자극할 수 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발달장애인이 이런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기보다는 발달장애인은 돌발행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든 편견은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그 두려움은 첫째,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과 둘째, 내게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 모두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확한 정보를 통해 냉정한 현실에 근거한 낙관적 관점에서 장애인을 이해해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정확한 데이터가 중요하다. 특수교육 기관이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문화의 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쓰레기소각장이나 화장터 같은 혐오시설과 비교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걸 정확한 데이터로 안내해야 한다. 마치 예수나 법정스님처럼 두려움과 가난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설득은 평화를 가장한 폭력일 수도 있다.”

-바람직한 통합교육을 위해 교육당국이 할 일은.

“당국은 최소한 특수교육 대상자가 차별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과도한 예를 선별해 어떻게 행정처리 했는지를 국가기관 혹은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자료집 등의 형태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사와 장애 학생 소수가 교육을 받는 것을 지양하고 일반교실 상황에서 협력교수의 모형으로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또래와 함께 교육을 받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통합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모든 교육과정에서 배려를 교육목표와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국어나 수학 같은 과목도 학생과 교사의 상호활동을 통해 학습이 이뤄지므로 배려가 여러 학습목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교사부터 학부모, 학생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에서 배려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목록화해 일정 시기 공개하는 식으로 배려를 의식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특정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수준에서 나와 다른 사람의 형편과 처지를 이해하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게 된다면 그것이 보다 의미 있는 장애이해 교육의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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