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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은 노화 현상이 아니라 고쳐야 할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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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은 노화 현상이 아니라 고쳐야 할 병입니다"

입력
2014.11.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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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참기 어렵고 잔뇨감 증상

40세 이후 남성 환자 급증 추세

방치하면 삶의 질ㆍ성기능 악영향

주명수 신임 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은 “비뇨기과에서는 전립선과 생식기 질환뿐만 아니라 콩팥 질환과 관련된 수술도 담당하고 있다”며 “내과와 외과를 아우르는 과여서 의사로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주명수 신임 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은 “비뇨기과에서는 전립선과 생식기 질환뿐만 아니라 콩팥 질환과 관련된 수술도 담당하고 있다”며 “내과와 외과를 아우르는 과여서 의사로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전립선비대증은 노화의 증상이 아니라 질환입니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이 생긴다면 참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제17대 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에 선출된 주명수(56)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를 서울 강동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진료실에서 만났다. 주 교수는 지난달 13~16일 나흘 간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제66차 대한비뇨기과학회 학술대회에서 2년 임기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주 회장은 서울대 의대와 동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뒤 전립선비대증과 배뇨장애, 여성 요실금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훤칠한 외모를 지닌 주 회장은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기자의 질문에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주 회장은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며 “하지만 전립선비대증 증세가 나타나고 병으로 생각하지 않아 병원을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점차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소변 보기가 어려워지는 병이다. 주로 40세 이후 증상이 나타나며,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소변을 봐도 잔뇨감이 들고 소변을 참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3대 증상이다. 비뇨기관 전체 질환의 2%를 웃돌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기 때문에 ‘남자의 질환’으로 불린다. 예전에는 전립선 질환이 성병으로 잘못 알려져 치료를 기피했던 웃지 못할 일도 적지 않았다.

주 회장은 “인구고령화와 서구적 식생활의 영향으로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40대에 40%, 50대에 50%, 60대에 60%, 70대에 70%, 80대에 80%로 늘어나는 질환인 만큼 예방과 관리를 위해 올바른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주 회장은 “전립선비대증을 단순히 노화현상으로 여겨 방치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 잘못된 자가 치료를 하면 질환이 악화되고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전립선 사이로 요도가 지나가므로 전립선에 이상이 생기면 배뇨에 이상이 생기고, 심하면 성 기능 장애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08년 59만 명이었던 전립선비대증 환자 수가 2012년 89만 명으로 5년 동안 50%나 증가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연구(2013년)에 따르면, 70대의 평균 전립선 크기가 40대의 평균보다 53%가량 큰 것으로 조사됐다.

주 회장은 “전립선비대증은 진행성 질환이라 정상적인 전립선 크기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치료방침”이라며 “전립선 크기(부피)는 초음파 검사로 측정해 무게로도 환산할 수 있다”고 했다.

전립선비대증은 치료를 적절히 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주 회장은 “환자 별로 치료법이 다르고 부작용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약물을 결정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환자 대부분은 배뇨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치료제로는 현재 전립선을 둘러싼 근육을 이완해 주는 알파차단제와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5알파환원효소제가 주로 쓰이고 있다. 대부분 3~6개월 정도 치료를 받으면 상당히 개선된다.

그러나 약물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반복적으로 소변불통이 생기거나, 방광결석이 동반되거나, 콩팥 기능이 떨어졌거나, 전립선으로 인한 재발성 혈뇨증상이 있거나, 요로감염이 재발되거나,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증상이 심각하거나, 환자에게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

주 회장은 최근 비뇨기과가 전공의 지원율 꼴찌라는 불명예를 겪고 있는 것과 관련, 고민이 적지 않다.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1년 55.7%로 낮아진 이래 2012년 43.5%, 2013년 39.7%로 급전직하했다. 올해에도 40% 이하가 예상되면서 지원율 꼴찌의 불명예를 계속 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주 회장은 “비뇨기과 진료행위가 저평가돼 수가가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비뇨기과 진료에 대해 적정 수가를 보상해주는 것은 물론 요양병원의 비뇨기과 전문의 확보 의무화 등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비뇨기과학회는 내년부터 3년에 걸쳐 비뇨기과 전공의 정원을 현재 94명의 절반 가까운 50명선 이내로 대폭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주 회장은 요즘 줄기세포를 이용해 과민성 방광질환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과민성 방광을 가진 쥐에게 사람의 지방조직에서 얻은 성체 줄기세포를 주입한 뒤 2~4주 동안 관찰했더니 방광의 신경세포가 10배나 재생해 손상된 신경이 회복되고 과민성 방광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를 줄기세포 분야 전문 학술지 ‘스템 셀즈 앤드 디벨롭먼트(Stem Cells and Development)’에 게재했다.

주 회장은 여성 방광질환 환자를 많이 진료하다 보니 그들과 잘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여성 방광질환 환자는 성격이 날카롭거나 반대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고, 우울증이 있는 경우도 많아 이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려고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여성형”이란 평가가 따라 다닌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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