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소라 기자

등록 : 2018.02.07 04:40
수정 : 2018.02.07 17:37

'서프라이즈의 걔'로 불려도 좋아… 800회 더하고 싶어요

등록 : 2018.02.07 04:40
수정 : 2018.02.07 17:37

2004년 합류 뒤 최장 출연

프로그램 대표 배우 된 기분

12분짜리 스토리 한계 부딪혀

과장된 연기 보여야돼 아쉬워

이미지 고착 고민이지만

'서프라이즈' 놓을 수 없죠

배우 김하영은 “MBC ‘서프라이즈’에서 절세미녀 역을 너무 많이 소화해 더 이상 시청자들이 놀라지도 않는다”며 웃었다. 박미소 인턴기자

“네 맞아요. ‘서프라이즈’ 여자 걔.”

“‘서프라이즈’ 여자 걔”로만 연기하고 살아온 지 어언 14년이다. 배우 김하영(39)은 24세던 2004년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서프라이즈’)에 합류한 이후 한 자리를 지켰다.

무명이지만 그의 얼굴은 널리 알려졌다. 유명한 무명배우라는 형용모순이 적용되는 삶이다. 그래도 김하영은 ‘~걔’라는 수식이 좋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제 계정의 소개 글로 해놓을 정도로 그 말이 좋아요. 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잖아요. 제가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듯한 기분도 들고요.”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김하영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최근 ‘서프라이즈’ 800회를 맞아 소회가 남다른 듯 했다. 김하영은 ‘서프라이즈’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동한 배우다.

김하영은 인터뷰가 있기 이틀 전 ‘서프라이즈’의 스태프와 배우가 모두 모여 자축 파티를 열었다고 했다. “긴 시간 함께 고생한 것을 서로가 알아주니 감사해서” 김하영은 회식을 하다 눈물을 쏟았다. 프로그램 안에서 자체 시상식까지 열었다. 자신이 주인공임을 실감한 게 처음이라 그에겐 의미가 더 깊다고 했다. 2002년 4월 첫 방송한 ‘서프라이즈’는 MBC 대표 장수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아왔으나 출연자들은 재연배우라는 온당치 못한 호칭으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그리 받지 못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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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하영은 MBC ‘서프라이즈’에서 14년간 활동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MBC 제공

‘과장 연기’? 숨겨진 속사정은

김하영은 어린 시절부터 끼가 남달랐다. 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부모님은 김하영의 재능을 일찍 알아보고 6세 무렵부터 MBC 어린이프로그램 ‘뽀뽀뽀’에 출연하도록 도왔다. 아버지는 김하영이 계원예고에 입학하기를 원해 원서까지 구해다 줬다. 대학 영화학과에 진학해 탤런트 공채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성우로 길을 틀어 MBC 성우 공채시험을 보던 중 ‘서프라이즈’ 출연 제안을 받았다. 당시 프로그램을 즐겨보던 때라 그는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양귀비, 조선시대 후궁, 처녀귀신 등 다종다양한 인물의 삶이 매주 그에게 펼쳐졌다.

지금은 코너를 나눠 매주 금요일 하루만 촬영하지만, 2000년대 초반엔 일주일 내내 촬영장에 묶여있었다. 오전 7시 경기 용인시 드라마 세트장으로 이동해 많으면 하루 60~70 장면까지 찍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서프라이즈’의 한 코너였던 ‘진실 혹은 거짓’을 할 때는 강렬한 설정이 많아 다양한 연기 경험을 했어요.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편을 연기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겨울 소복을 입고 몸에 한지를 두른 채 산 위 바위에 올라갔어요. 저 밑에 스태프들이 정말 작게 보이더군요.”

매주 카메라 앞에 서고, 그 결과물이 안방을 찾아가지만 배우로서 아쉽기도 하다. 12분 동안 이야기 하나를 담아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몸짓도 표정도 더 눈에 띄게 그려야 한다. 종종 “연기가 과장됐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그는 “큐 사인이 떨어지면 감정을 잡기도 전에 바로 눈물을 흘려야 한다”며 “(정통 드라마에서) 내 안에 있는 감성을 풀어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기를 선보이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배우 김하영은 “할머니 역할을 흰머리 가발 없이 소화할 때까지 ‘서프라이즈’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미소 인턴기자

“이미지 고착화 고민… 그래도 평생 함께 하고파”

여러 어려움과 제약에도 김하영은 “‘서프라이즈’를 놓을 수 없다”고 했다. 가수 장윤정과 배우 김수현, 개그맨 샘 해밍턴 등이 ‘서프라이즈’ 거쳐 스타의 길을 걸어갈 때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에게도 ‘서프라이즈’ 밖에서 활동할 기회는 있었다. 영화 출연 제안을 받았고, 가수 데뷔 제의까지 들어왔다. “모두 제가 ‘서프라이즈’에서 나가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하더군요, 누구는 ‘서프라이즈’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활용해 가수 활동을 벌이자면서도 ‘서프라이즈’ 출연을 그만 두는 걸 조건으로 걸었어요. 가족(‘서프라이즈’ 스태프와 배우)을 버리고 그렇게 일하는 게 행복할까 싶었습니다.”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4년 KBS2 드라마 ‘사랑과 전쟁2’, ‘드라마 스페셜’ 등에 출연했다. 지난해 웹드라마 ‘네 볼에 터치’에도 얼굴을 비쳤다. 지역 방송사 프로그램과 각종 행사에 MC로 나서며 진행의 재미도 느끼고 있다. 다른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은 의욕도 강하다. 하지만 이미지가 고정돼 “캐스팅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이 ‘서프라이즈’ 배우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드라마 조연 배우가 된 어떤 이는 ‘서프라이즈’ 이미지가 강해 시선을 뺏긴다는 이유로 촬영 현장에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하영은 “연기스타일이나 이미지를 바꾸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이미 2004년부터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쉽지 않더라”며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800회만큼만 더하자”는 마음이다. 그는 “세상이 요지경이라 다양한 스토리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내심 ‘서프라이즈’가 MBC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를 바랐다. 이전에는 용기가 안 나서 도전해보지 못했던 일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싶다. 그는 “아직 저를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는 연기자로서, MC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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