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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최은희, 마지막 길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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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최은희, 마지막 길 떠나다

입력
2018.04.19 11: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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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최은희 발인이 19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원로배우 최은희 발인이 19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원로배우 최은희가 파란만장했던 92년 삶을 마치고 영면에 들었다. 그가 안식을 찾은 자리는 1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신상옥 감독 곁이었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발인식은 고인의 생전 뜻대로 소박했다. 아들인 신정균 감독과 유족, 가까운 지인 등 100여명이 참석해 장례미사를 봉헌하며 고인의 아름다웠던 삶을 기렸다.

이장호 감독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영화 제작자 황기성, 원로배우 신성일, 신영균, 문희, 한지일 등 원로 영화인들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슬픔에 젖은 유족의 눈물을 닦아주고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운구차가 장지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일부 영화인은 장지까지 동행했다.

신필름 제작부 출신인 변석종 월드시네마 대표는 “최은희 선생님은 신필름 출신 영화인들을 항상 따뜻하게 보듬어주시고, 신필름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이끌어 주셨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196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은막의 스타다. 1943년 극단 아랑에 입단해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1947년 신경균 감독의 ‘새로운 맹서’로 영화에 데뷔했다. 1954년 영화 ‘코리아’를 촬영하며 사랑에 빠진 신 감독과 영화 동지이자 평생의 반려자로 인생을 함께했다. 영화 제작사 신필름을 창립한 두 사람은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춰 ‘로맨스빠빠’(1960)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록수’(1961) ‘로맨스 그레이’(1963) ‘벙어리 삼룡’ ‘빨간 마후라’(1964) 등 한국영화사에 기록된 명작들을 합작했다.

고인은 1965년 ‘민며느리’로 감독 데뷔해 연출작 3편을 선보이기도 했다. 1966년 안양영화예술학교(현 안양예고)를 세우고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고인의 삶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1978년 고인이 먼저 북한으로 납치됐고, 그 해 7월 신 감독도 납북됐다. 1983년 북한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영화 17편을 제작했다. 1986년 오스트리아 빈 방문 중 미국 대사관으로 망명한 두 사람은 이후 10년 넘는 미국 생활 끝에 1999년에서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인은 2006년 신 감독이 타계한 이후 건강이 악화돼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 왔다. 지난 16일 신장 투석을 받던 중 별세했다. 각막 기증으로 세상에 빛을 선물한 고인은 경기 안성 천주교공원묘지에 있는 신 감독 곁에 잠들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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