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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스스럽다’와 ‘스스럼없다’

입력
2017.09.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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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송도에서도 손꼽는 부잣집 맏며느리가 된 후 늘 스스러운 손님처럼 대해오던 박 씨였다.”(박완서, <미망>) 이 문장에서 ‘스스러운’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스스러운’의 기본형인 ‘스스럽다’의 뜻은 ‘조심스럽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이다. 이런 말은 소설에서나 가끔 접할 수 있으니 이를 낯설어하는 건 당연하다. 반면 ‘조심스럽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없다’는 뜻인 ‘스스럼없다’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낱말이다.

‘스스럼없다’는 ‘스스럼이 없다’란 구에서 조사 ‘이’를 생략하여 만든 합성어다. 여기에서 ‘스스럼’은 ‘스스럽다’에 명사를 만드는 말 ‘-ㅁ’이 결합한 것이다. ‘스스럽다’에 ‘-ㅁ’을 결합하면 ‘스스러움’이 되어야 할 텐데 ‘스스럼’이 된 것이 특이하다. 이렇게 된 건 ‘스스러움’을 ‘스스럼’으로 줄여 쓰는 일이 잦아지면서 ‘스스럼없다’라는 합성어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때 ‘스스러움’이 ‘스스럼’으로 쓰인 건 ‘부끄러움’과 더불어 ‘부끄럼’이 쓰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스스럼없다’나 ‘부끄럼’처럼 낱말로 완전히 굳어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자주 쓰여도 그 예외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자랑스런’과 ‘사랑스런’은 ‘자랑스럽다’나 ‘사랑스럽다’의 활용형으로 널리 쓰이지만 규범은 여전히 ‘자랑스러운’과 ‘사랑스러운’만을 인정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스스럼없다’나 ‘스스럼없이’를 수록하면서도 ‘스스럼’이나 ‘스스러움’은 수록하지 않았다. ‘스스럼없다’나 ‘스스럼없이’처럼 예외적으로 굳어진 말을 주로 사용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스스럼없다’에서 ‘스스럼’을 분리하지 않으니 ‘스스럼없다’에서 ‘스스럽다’를 생각해내기도 어려워졌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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