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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구조하다 숨진 소방관… “폭행보다 성적 욕설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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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구조하다 숨진 소방관… “폭행보다 성적 욕설 끔찍”

입력
2018.05.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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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 폭행. 연합뉴스
소방대원 폭행. 연합뉴스

취객을 구조하다 폭행과 욕설 피해를 입은 구급대원 강연희 소방사가 지난 1일 결국 숨져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강 소방사는 19년차 베테랑 소방대원이자 두 아이를 둔 어머니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더욱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피해 구급대원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전북 익산소방서 박중우 소방사가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소방사는 "지난달 2일 시민이 도로에 넘어져 있어 교통사고인 줄 알고 신고한 건이었다"며 "(취객이) 2분 후에 의식을 차려서 그때부터 난동을 부리고 욕설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 소방사는 "욕설을 하기 시작했고 저지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저도 한 대 얼굴을 가격 당했고 경찰에 신고하는 도중 저희 주임님(숨진 강 소방사)이 머리를 5대 정도 가격당했다"며 "저희는 제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토로했다. 경찰과 달리 구급대원들에게는 물리적으로 제압할 방법이 없다.

동료들 말에 따르면 강 소방사는 평소 운동을 많이 하며 체력을 단련해 온 19년차 베테랑이다. 그런 강 소방사는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뒤 갑작스러운 두통과 구토, 불면, 딸꾹질 증세 등을 겪다가 지난달 24일 뇌출혈로 쓰러졌다.

숨진 강 소방사는 폭행을 당한 것보다 '입에 못 담을 모멸감 드는 욕을 들은 것이 더 끔찍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정은애 119 안전센터장은 "(숨진 강 소방사가 취객에게) 욕을 듣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 또 부모 욕도 하고 또 관련해 성적인 입에 못 담을 비하, 그런 걸 반복해서 하고 그런 욕설이 계속 귀에 맴돌아 힘들다고 얘기를 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저희가 폭행을 당했다고 혹은 마음의 상처를 당했다고 해서 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폭행 가해자를 얼마 뒤 다시 이송하는 경우도 있다"며 "상식적으로 그 직원에게는 엄청난 두려움이고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2일 전북 전주시 대송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강연희 소방위의 빈소에 고인의 근무복이 놓여져 있다. 故 강 소방위는 구조하던 취객에 폭행당한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뉴스1
2일 전북 전주시 대송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강연희 소방위의 빈소에 고인의 근무복이 놓여져 있다. 故 강 소방위는 구조하던 취객에 폭행당한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뉴스1

숨진 강 소방사는 '부부 소방대원'이었다. 소방관 남편과 결혼했던 그는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이기도 했다. 강 소방사를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은 취객은 구급대원을 폭행한 혐의(소방기본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익산소방서는 3일 강 소방사에 대한 영결식을 거행하고 1계급 특별승진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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