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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한중관계 발전과 미국의 영향력

입력
2014.07.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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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열흘이 넘었지만 결과에 대한 평가와 주요 이슈들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평가와 논의가 나타났지만 중심에는 항상 미국이 존재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평가도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위치를 유지하며 국익을 증대시켰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한국이 실익도 없이 중심을 잃고 중국에 말려들어 향후 미국과의 관계가 걱정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모두 존재한다. 이들 평가는 결국 한중이 가까워진 것을 미국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핵심이다.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몇 가지 주요 이슈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한국에 참여를 요구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미국측에서 정상회담 전후에 걸쳐 한국 측의 참여를 반대해 왔다. 정상회담 둘째 날 특별오찬에서 시진핑 주석에 의해 거론됐던 ‘항일전쟁승리와 광복절 70주년 한중 공동기념식 개최’ 제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정중한 거절도 실상 일본이 아닌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간 한중관계는 미중관계의 틀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관계의 영향력이 한층 더 확대된 모습이었다. 지난 한중관계의 발전을 되돌아보면 한국은 중국과 경제협력 면에서는 놀라운 발전을 이룩해온 반면, 군사ㆍ안보면에서는 한미동맹이 한국 외교정책의 근간을 이뤄왔으므로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점에서는 중국도 수교직후부터 한국과는 경제, 북한과는 정치라는 한반도 남북 균형외교의 틀에서 한중관계를 이끌어 왔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중관계가 냉전 후 초강대국 미국 중심의 일초다극 구조에서 최근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시대로 접어들자 한중관계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도 달라졌다. 최근까지의 변화는 한국에 나쁘지 않았다. 동북아에서 미중 사이에 본격적인 경쟁과 견제가 나타나며 중국이 북한에 불만을 표하고 한국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미국에게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역내에서 군사ㆍ안보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이유가 됐고, 이는 또한 중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어 미국이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일본이 재무장의 길에 나서자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미국이 자국주도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한국의 가입을 희망하자 중국은 한국이 MD와 미일동맹에 다가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를 나타냈다.

하지만 한중관계 발전이 심화되고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고조되자 미중의 이익충돌이 한중관계의 군사ㆍ안보에서 경제적 부분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됐다. 그간 미국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사이에 한국의 전략적 고려는 있었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위안화 국제화 문제와 AIIB 설립 등의 이슈에서는 미국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알려진 AIIB 설립을 둘러싼 미중간 충돌 외에 위안화 국제화 문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한국의 위안화 역외금융시장 구축이 한중관계의 발전과 한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측면이 있는 동시에 기축통화인 미국달러의 위상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결과를 보면 미중 사이의 이익충돌이 자체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한중관계의 발전을 지속하고 우리의 이익을 확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우선 인문유대강화를 경제협력분야에 이어 한중관계를 발전시키는 새로운 동력으로 조속히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동북아에서 미중관계를 경쟁에서 협력구도중심으로 유도해 나가는데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한반도에서 중국이 원하는 국익을 미중구도 하에서 냉정하게 이해하고 높아진 중국에 대한 희망적 기대심리를 계속해서 줄여나가야 한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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