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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일’ 값은 얼마일까... SK '착한 실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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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일’ 값은 얼마일까... SK '착한 실험' 중

입력
2018.05.10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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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봉사활동 뛰어넘는

사회적 가치 경영의 일환

2016년부터 사회적 기업 성과 측정

올해는 “지난 1년 324억원 창출”

취약층 고용ㆍ협력사 지원 등

계산방법은 비밀리에 연구 거듭

측정시스템 정착ㆍ확산 목표

객관적 기준 마련 등 숙제로

[저작권 한국일보]SK하이닉스가-산출한-재무성과와-사회성과/ 강준구 기자/2018-05-09(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SK하이닉스가-산출한-재무성과와-사회성과/ 강준구 기자/2018-05-09(한국일보)

SK텔레콤의 차량 내비게이션 T맵에는 이른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숨어 있다. T맵은 목적지까지의 ‘최소시간 길’ 외에 운전하기 쉬운지 등을 고려한 ‘최적길’도 함께 알려준다. 사용자의 ‘운전습관’을 점수화해 알려주고 이를 높이면 제휴사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이는 운전자의 효율적 운전을 유도해 사회 전체의 ▦연료사용량 ▦오염물질 배출량 ▦사고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인데, SK텔레콤은 이런 효과들을 금액으로 환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SK그룹 계열사들이 추진 중인 사회적 가치 경영은 단순히 봉사활동 같은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자는 수준을 뛰어넘는 개념이다. 각 사의 주력 사업마다 사회발전을 위한 ‘착한 일’을 녹여 넣어 돈도 벌고, 사회에도 보탬이 되자는 게 최태원 회장의 목표다.

이를 위해선 착한 일(사회성과)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어떤 착한 일이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야 더 효과적인 일과 사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그래서 사회성과 측정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인데,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2013년부터 사회성과 측정 작업을 시작한 SK는 2016년부터 소규모 사회적기업들의 사회성과를 측정해 포상금을 지급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130개 참여기업이 지난 1년간 324억원 어치의 사회성과를 창출했다”고 측정 결과를 밝혔다.

다만 324억원이란 총 성과와 기업별 인센티브를 산정한 계산방법은 아직 비밀이다. “장애인 한 명 고용당 얼마 식의 기준은 있지만 계속 개선 중인 데다, 괜한 비교나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수 있어 비공개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SK 관계자는 설명했다.

SK 계열사들은 요즘 오는 6월 최태원 회장에게 보고할, 각 사의 사회성과 측정에 한창이다. 앞서 시험측정을 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3분기 사이 총 5조1,521억원의 사회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제조 과정의 용수, 폐기물 등 감축량 ▦일ㆍ가정 양립 제도로 높인 직원들의 삶의 질 ▦협력사 지원으로 창출한 시너지 효과 등을 일정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다.

이론적으로 SK가 측정하는 사회성과는 ‘사회적 편익’에서 ‘사회적 비용’을 뺀 값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측정 대상은 정부 보조금 등 다른 형태의 보상이 없는 ‘미보상 성과’다.

가령 3D프린터를 통해 맞춤형 의족을 기존 시장가(150만원)보다 낮은 60만원에 제공한 업체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사회성과는 시장가(150만원)와 3D의족 가격(60만원)의 차이인 90만원이다. 3D 업체가 정부의 장애인 보조기구 지원금(30만원)을 받았다면 이를 뺀 60만원으로 계산된다.

법적 의무기준을 넘어 취약계층을 고용한 기업의 경우, 취약계층 직원이 취업 전 50만원의 근로소득과 정부 생활보조금 50만원을 받다가 취업 후 15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됐다면 사회성과는 100만원으로 계산된다. 근로자 입장에선 50만원의 소득 증가 가치가 생겼고, 정부 입장에선 50만원의 보조금이 절감됐기 때문이다.

SK의 목표는 이 같은 사회성과 측정 시스템이 정착돼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회적 가치 산정에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 측정체계를 활용하기로 하는 등 확산의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사회가 동의할 측정기준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가 계산한 5조원대 사회성과 가운데 90% 가량(4조6,296억원)이 임금, 법인세, 배당 등 이른바 ‘경제적 사회성과’였는데, 이럴 경우 자칫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사회적 기여가 크다는 논리로 흐를 수 있다. SK 내부에선 계열사들이 사회성과로만 줄 세워지는 걸 우려한다. 회사마다 사회성과를 낼 여건이 다른데, 이 측면이 강조되면 본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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