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4월 15일 영국에서 미국으로 항해하던 대형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쳐 북대서양 바닷속에 침몰했다. 총 2,224명의 승객 중 거의 70%에 달하는 1,514명이 숨진 끔찍한 사고였다. 타이타닉은 SOS를 쳤으나 라디오 신호가 약하고 잡음도 많아서 온전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혼란에 빠진 미 언론들은 서로 다른 정보를 받아 들고 보도해야 했다. 특히 ‘로스엔젤레스 익스프레스’라는 신문은 1면 헤드라인을 “‘모든 승객이 안전하다’ 타이타닉호에서 온 보고”(“All passengers are Safe” Report from Titinic)라는 희대의 오보를 내기까지 했다.
지난달 미국 출장 기간에 방문한 워싱턴DC 소재 뉴스 박물관 ‘뉴지엄(Newseum)’에서 이 오보를 발견하고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2014년 세월호 직후 ‘전원 구조’ 오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단원고 학생 338명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가장 먼저 MBC에서 나왔고, 이후 수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 쓰면서 오보가 확산됐다. 한 달 후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당시 MBC가 “경기교육청이 기자들에게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문자를 보내기도 전에 단원고 내부 소문을 듣고 성급하게 속보를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 의원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타 방송사들이 오보인 줄 파악하고 정정을 한 후에도 재차 같은 오보를 방송해 혼란을 부추겼다고도 말했다.
지구 반대편 뉴지엄에서 본 타이타닉 전원 구조 오보는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이 원인이 돼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에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 든 그날의 일을 그대로 상기시켰다. 소름이 돋아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대거 참여해 건립한 뉴스 박물관 ‘뉴지엄’에선 뉴스와 저널리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특종처럼 저널리즘이 승리를 거둔 날뿐 아니라 이처럼 수치스런 패배를 한 날까지 그대로 기록돼 있다. 팸플릿에서 시작한 뉴스가 종이를 벗어나 방송과 인터랙티브로 확장되는 것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섹션이나 (한국은 ‘부분적 언론자유국’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전세계 분쟁현장에서 취재하다 숨진 기자들을 추모하는 곳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가도, 학생들이 직접 리포트를 해 보고 게임도 해 보면서 저널리즘을 체험하는 곳에서는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저널리스트나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사람이 워싱턴DC에 갔다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할 명소라고 생각된다. 일단 사진으로라도 관람해 보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