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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가게서 20만원에 산 유화, 달리 진품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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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가게서 20만원에 산 유화, 달리 진품으로 확인

입력
2014.05.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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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미술연구소에서 토메우 라모(맨 왼쪽)가 26년 만에 진품으로 밝혀진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미술연구소에서 토메우 라모(맨 왼쪽)가 26년 만에 진품으로 밝혀진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 화가 토메우 라모 26년전 우연히 발견 구입한 살바도르 달리作 추정 그림 10년간 감정 끝 진짜 판명

"후속작 의미ㆍ맥락 담고있는 달리의 첫 현실주의 작품"

“강렬한 색채를 보는 순간 달리의 진품인 걸 알아차렸습니다.”

26년 전 한 골동품 상점에서 단돈 150유로(약 20만원)에 팔린 유화 1점이 거장의 작품으로 판명됐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페인의 화가이자 미술사학자인 토메우 라모다. 그는 1988년 스페인 북부 지로나의 한 골동품 상점에서 우연히 20세기 초현실주의 거장인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유화 한 점을 발견했다. 그 골동품 가게 주인은 “그림 왼쪽 하단에 표기된 연대가 달리가 태어나기 8년 전인 1896년이어서 진품일 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라모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그림이 달리의 진품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당시 2만5,000페세타(150유로)를 주인에게 주고 구입했다.

라모는 22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미술연구소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이 작품을 공개하면서 “색채를 보는 순간 달리의 진품이라는 생각을 품었지만 이를 증명할 근거가 없었다”며 “조금씩 조사를 해가면서 달리의 초기작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달리가 그린 진품으로 확인된 순간의 기쁨을 “사탕 공장에 있는 어린아이 같았다”고 자신을 표현했다.

라모가 한눈에 알아보고 구입한 이 작품은 불타는 듯한 화산 위 하늘에 자궁처럼 생겨 환한 빛을 내뿜는 구름 주변을 천사들이 날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작품은 전문가들에 의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X선과 적외선, 자외선 분석, 필적 감정 등의 방법을 총동원해 감정을 받았다. 그 결과 달리가 17세 때인 1921년쯤에 그려진 진품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달리가 초현실주의 화가로 활동한 건 1920년대 후반이다.

달리 전문가인 니콜라스 데스차르네스도 “이 작품의 발견은 달리의 첫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간주될 뿐 아니라 달리의 후속작품들에 등장하는 의미와 맥락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달리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탄생을 자궁 속 탄생이라고 불렀다”며 “이처럼 그의 글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를 처음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라모는 “엉뚱한 주장과 행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달리의 성격상 왼쪽 하단에 적어 놓은 ‘1896년’이라는 연도도 일종의 익살스러운 숫자 암호일 것”이라며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생각에 달리가 무덤 속에서 웃고 있을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라모는 이 작품을 지난 4월 익명을 요구한 개인 수집가에게 판매했다고 밝혔지만, 얼마에 팔렸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달리의 고향인 피게라스에서 달리미술관을 운영하는 ‘갈라 살바도르 달리 재단’은 아직 이 작품을 달리의 진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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