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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가버려 300m 대피 음주운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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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가버려 300m 대피 음주운전 ‘무죄’

입력
2018.05.13 10:5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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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위험 탈피 위한 긴급피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음주상태라도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도로에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차를 운전했다면 ‘긴급피난’에 해당해 음주운전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에 사는 A(34)씨는 지난해 7월 24일 저녁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기사에게 운전을 맡겼으나, 기사가 지리를 몰라 내비게이션을 보며 운전하자 “길을 잘 모르느냐. 운전을 몇 년 했느냐”며 실랑이를 벌였다.

A씨는 시비 끝에 화가 나 “차에서 내리라”고 했고, 대리기사는 갓길도 없는 편도 2차선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가버렸다.

A씨는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해 다른 대리기사를 요청했으나, 보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자 제한속도 시속 70㎞인 갓길도 없는 도로에서 과속으로 달리는 차들로 인해 위험을 느낀 나머지 직접 운전대를 잡고 근처 주유소까지 약 300m를 몰았다.

A씨는 스스로 112에 전화해 “대리기사가 가버렸는데 위험할 것 같아 운전했다”고 신고했고 혈중알코올농도 0.140% 상태로 차를 몬 사실이 드러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차를 이동시켜줄 지인이나 경찰에게 연락하지 않았으므로 긴급피난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으나, 법원(울산지법 형사9단독 송영승 부장판사)은 13일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 했다.

재판부는 “지인이나 경찰이 새벽 시간에 음주운전 차량을 이동해 줄 기대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으므로 검사의 의견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경찰에게 음주운전 차량을 이동시켜야 하는 업무까지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새벽 시간에 장시간 차를 정차했을 경우 사고위험이 커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임박할지도 모르는 사고를 회피하고자 필요한 거리를 운전한 사정, 피고인의 행위로 침해되는 사회적 법익보다 보호되는 법익이 우월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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