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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동물이 행복한 세상이 돼야 인간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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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동물이 행복한 세상이 돼야 인간도 행복하다

입력
2018.04.26 17: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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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고통을 들여다보게 하는 신간 ‘애니멀 어벤저스’.
동물의 고통을 들여다보게 하는 신간 ‘애니멀 어벤저스’.

애니멀 어벤저스

채희경 지음ㆍ임수빈 그림

이파르ㆍ252쪽ㆍ1만4,000원

몇 년 전, 횟집 수족관에서 악어 한 마리가 구출됐다. 이름은 만식이. 구출하고 보니 국제적 보호종인 샴 악어였다. 밀림을 호령해야 할 악어가 옴짝달싹 못하게 좁은 횟집 수족관에서 살고 있다니. 그것도 무려 20년이나.

기가 막힌 사연은 이러하다. 만식이의 주인은 1988년 쇼를 위해 악어 여섯 마리를 들여왔다. 그러나 사업은 잘 되지 않았고 다른 악어들이 죽어서 만식이만 홀로 남았다. 만식이는 나날이 자랐다. 덩치가 커진 만식이를 집에서 키우기 어려웠던 주인은 만식이를 수족관이 있는 횟집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년을 갇혀 살았다. 구출된 만식이는 동물원으로 보내졌다. 만식이와 정든 횟집 주인은 결국 후회 어린 눈물을 흘렸다.

얼핏 감동 드라마 같다. 그러나 휴머니즘적인 결말에 속아선 안 된다.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비극이다. 주인은 만식이를 인간의 유희거리로 여겼고, 만식이가 어떤 종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했으며, 만식이를 데려오면서도 습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다. 만식이를 끝까지 책임지려 했던 주인의 마음이 거짓은 아니겠으나, 방법이 잘못됐다면 그 사랑은 폭력일 뿐이다.

‘만식이 이야기’는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 집약해 보여 준다. 오랜 시간 동물은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도구화된 존재로서 다뤄졌다. 그렇기에 돈으로 사고 팔았고, 동물을 소유하면 그 동물의 모든 것이 인간에게 귀속된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동물 학대는 이런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한 반박은 늘 똑같다. 인간이 먼저이지 동물이 먼저냐, 고기도 먹지 말라는 소리냐, 내 소유인데 내 마음대로 못하냐. 물론 인간은 소중하고, 고기도 먹어야 한다. 하지만 동물이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고통 받지 않게 하자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가 동물이 살기 힘든 환경이라면 인간도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동물 혐오는 소수자ㆍ여성ㆍ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와도 다르지 않다.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라도 동물을 생명으로서 존중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기본 중에 기본에 불과한 이 얘기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책 ‘애니멀 어벤저스’를 읽어 보자. 동물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기에 앞서 체감하게 하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매년 조류독감으로 숱한 생명들이 살처분되는 일이 왜 반복되고 있는지, 해법을 알지만 왜 실행되지 않는지, 동물이 식재료 취급을 당하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27개 키워드로 정리된 글을 통해 현장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다. 인간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활동가인 저자 채희경씨의 말대로 “이 책은 어쩌면 (독자를) 당황스럽게 하고, 괴롭게 만들며, 견디기 힘들게 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글에 함께 소개된 동물보호 관련 법조항이다. 비록 불충분할지언정 제대로 지켜지기만 했다면 동물이 이렇게까지 고통 받지는 않았을 거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저자의 호소에 독자들도 귀 기울여 보길 바란다. 네이버 동물공감에 연재됐던 글을 한데 묶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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