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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뉴스] '미투'를 외칠수도 없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

입력
2018.03.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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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시대, 그러나 여기 성범죄 피해를 입었어도 ‘폭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업장 내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숙소에 난입해 몸을 만지거나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지만, 한국어 한마디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데요. 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요? 한국일보가 알아봤습니다.

제작 :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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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안돼요, 싫어요! 안돼요" 

캄보디아 출신 여성 외국인 노동자 멩 썸낭(30, 가명)씨는 그녀의 고용주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입니다. 포천의 한 농가에서 1년여 일하는 동안 그녀는 끊임없는 성폭력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하루 12시간을 일했어요. 휴일은 한 달에 딱 이틀이었죠" 

썸낭 씨를 비롯한 다른 여성 노동자들은 인근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가건물에서 근근이 살았습니다. 

"방에서 혼자 누워서 쉬는데 사장님이 갑자기 들어와 제 몸에 올라탔어요. 어깨를 짓누르면서 강제로 입맞춤을 하려고 했죠. 안돼요 ,밖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화장실에 있던 동료가 방으로 돌아와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농장주는 물러났다. 

"사장님 돈 많아, 모텔 가자, 얼마 줄까" 

여성 노동자들의 숙소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썸낭 씨에게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고... 

"얼마 줄까? 와이프 해. 피자도 먹을 수 있고 갈비도, 해장국도 다 먹을 수 있어. 내 와이프 해"

단 둘이 남게 되면 거침없이 더러운 제의를 쏟아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비슷한 피해 사례는 넘쳐 납니다. 

"임신한 여자가 일을 어떻게 하냐, 당장 낙태를 하지 않으면 고향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했어요"

한국에 오고 나서야 사실은 자신이 임신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쏙 삐썻씨는 농장주에게 중절 수술을 강요받았습니다. 

"이런 불량품을 소개한 노동부에 당장 따져야겠어!" 

밀양의 한 깻잎 농장을 소유하고 있던 고용주는 '네가 나한테 피해를 입혔으니 그간 받은 돈을 다 내놓고 나가라'고 윽박질렀습니다. 

여성 외국인 노동자 중 대다수는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경찰 등 외부 기관에 알리지 못합니다. "내 말을 믿어주긴 할까요. 일터에서 불이익을 당하면... 가족들 생계는..."

"성폭력 사건은 선례도 판례도 없으니 웬만하면 진정서에서 빼죠" 

심지어는 고용노동부 감독관이 성폭력 내용을 빼자고 요구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게다가 이들은 이동수단 없인 시내로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외진 농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 

성폭력 피해 경험을 상담사에게 말하기 꺼려한다는 점들도 장애 요인이 됩니다. 

농어촌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진 상황, 

하지만 이들의 코리안 드림은 농장주들의 더러운 손길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원문_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제작_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사진_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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