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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중국 명사 발길, 세계 최고 정원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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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중국 명사 발길, 세계 최고 정원 ‘찬사’

입력
2017.01.25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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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생각하는 정원’은 국내 관광객은 물론 중국에 더 유명한 곳이다. 성범영(78) 원장이 1968년부터 제주로 내려와 50년간 돌과 흙을 나르며, 가꾼 정원이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등 중국 명사들이 한국을 찾을 때 꼭 들렀던 곳으로 알려지면서, 고위 관료는 물론,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이 고향인 성 원장은 1963년 제주를 처음 찾은 뒤 제주의 풍광에 매료됐고, 당시 서울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면서 수십 차례 제주를 오가며 틈틈이 중산간 지역의 땅을 매입했다. 이후 1968년에는 감귤 밭을 가꾸면서 농장 한 쪽에서 분재를 기르기 시작했다. ‘생각하는 정원’ 개척의 출발점이었다.

성 원장은 서두르지 않고 당시만 해도 수도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농장에 맨 손과 곡괭이로 황무지를 개간하고, 전국에서 구입한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았다. 공사에 들어간 돌과 흙은 15t 트럭으로 약 1만대 분량이다. 제주의 비바람과 싸우며, 성 원장 삶이 녹아든 정원은 1992년 ‘분재예술원’으로 개원했고, 2007년 ‘생각하는 정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3만㎡(9000평) 규모의 정원은 관람로를 따라 환영의 정원·영혼의 정원·영감의 정원·철학자의 정원·감귤 정원·비밀의 정원·평화의 정원으로 이어진다. 정원에는 제주 화산석으로 정문과 울타리를 만들고, 제주의 오름을 정원 안으로 구현했다. 완만한 언덕 능선 곳곳에 자리 잡은 향나무와 분재와의 조화가 마치 물이 흐르는 듯 자연스럽다.

‘생각하는 정원’이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은 1995년 11월 장쩌민 전 중국 국가 주석의 방문이 계기가 됐다. 성 원장의 정원을 둘러보고 귀국한 장 전 주석은 “한국 제주도의 ‘생각하는 정원’은 농부 한 명이 정부의 지원 없이도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가서 보고 개척정신을 배우라”고 국가 간부들에게 지시를 했다고 한다. 이후 중국 당과 정부, 지방정부, 군인 등이 한국을 찾았으면 꼭 한번은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됐다는 것이다.

1998년에는 후진타오 당시 국가 부주석이 정원을 찾았으며, 시진핑 현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2005년 저장성 서기 시절 방문하는 등 중국 최고 명사들이 정원을 찾으면서 중국 현지에서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중국 ‘역사와 사회’ 교과서에도 실려…세계 11번째 중국 정부 관광 인증

‘생각하는 정원’은 2015년 중국인민교육출판사가 발행하는 ‘역사와 사회’ 교과서에도 실리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중국 9학년 교과서에는 ‘일개 농부의 힘으로 오랜 시간을 소비해 분재원을 만들었다. 한국인의 개척·진취적이고 강한 의지와 흔들리지 않는 자강불식의 상징이 되었다’고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생각하는 정원’은 2016년 중국 국가여유국(CNTA)이 시행하는 품질관광서비스 인증인 QSC(Quality Service Certification) 인증을 획득했다. 정원이 부여받은 인증은 중국 관광청격인 국가여유국이 중국외 불공정 강제여행과 쇼핑관행으로부터 자국 관광객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 정원이 받은 인증은 전 세계에서 11번째 인증이며 국내 관광명소로는 에버랜드·롯데월드·한국민속촌에 이어 4번째로 획득한 사례로 전해졌다. 인증을 받으면 품질관광서비스(QSC) 웹사이트 및 중국여행사협회 공식 웹사이트에 등재돼 중국의 해외여행자 및 해외여행사업을 운영하는 중국여행사 등에게 적극적으로 추천되고, 중국출경여유핸드북에도 등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원장은 1995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방문으로 20여년 전부터 한·중 민간외교 사절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한·중 관계에 대한 불편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성 원장과 같은 민간 외교 사절의 역할과 조언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중국인들과 정원 걷다보면 답답했던 마음도 쉽사리 풀릴 것”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

“중국인들과 문화·예술의 수준 높은 교류를 통하면, 마음을 녹여서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은 최근 한·중간의 미묘한 기류를 의식한 듯 의미심장한 조언을 했다.

성 원장은 이어 “2007년과 2012년 정원에선 중국 인사를 초청해 한·중 수교 15주년과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2017년에는 25주년 행사를 준비중”이라고 했다.

성 원장은 현재 중국으로부터 기증 받은 수천 점의 선물 등을 모아서 한중문화예술박물관을 만들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생각하는 정원은 이름 그대로 7개의 소정원내 분재 작품들에는 설명문도 함께 전시돼 있다. ‘눈으로만’ 보는 관람이 아닌 ‘생각하며’ 관람한다는 의미를 더욱 선명히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말 그대로 생각을 하면서 관람을 해야 이 정원의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성 원장의 배려인 셈이다.

성 원장은 “아직 내가 꿈꿔온 정원에 절반밖에 만들지 못했다.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아직 ‘미완성’이라는 표현을 쓴다.” 며 “분재예술과 한국인의 끈질긴 정신이 빚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정원을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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