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대는 슬픈 날이 아니라 행복한 날일 겁니다”

‘세계 3대 테너’ 호세 카레라스

47년 음악인생 정리 ‘마지막 투어’

4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

“2년 후엔 월드투어 끝나지만

백혈병 자선공연엔 계속 설 것”

'미자막 세계 투어' 일환으로 4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는 호세 카레라스가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은 모습으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며칠 전 인터뷰에서 도밍고가 ‘신께서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남겨주시는 한’ 노래를 계속 할 거라고 했어요. 그 대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플라시도 도밍고(76)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려온 호세 카레라스(71)가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마지막 월드 투어-음악과 함께한 인생’을 공연한다. 47년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세계 투어 공연의 일환으로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될 수도 있다.

2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레라스는 “1976년 오페라 ‘토스카’ 공연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 한국에 올 때마다 관객들의 열정과 성원에 감탄했고 이렇게 또 뵐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흰 머리칼에 얼굴에 주름이 패인 ‘마에스트로’는 “처음 한국에 온 건 여러분이 태어나기 전이었을 것”이라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마지막 투어’라고 명명한 이번 공연에서 카레라스는 “가보지 않은 곳, 아주 오래 전에 가 보고 다시 못 가본 곳을 방문해 공연을 하는 게 목표”라며 “이 투어가 언제 완전히 끝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카레라스의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공연인 만큼 주요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스페인 카탈루냐 민요까지 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곡들을 선보인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는 모국어인 카탈루냐 언어로 부른다. “제게 영향을 준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예요. 지휘자 번스타인, 카라얀과 함께 했던 곡 등 하나하나가 제게 중요하고 추억을 주는 곡들입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카레라스는 1970년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에게 발탁돼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이듬해 베르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데뷔 4년 만에 오페라 24개의 주역을 맡을 만큼 이름을 날렸다. 그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백혈병 투병 후 다시 올랐던 고향 바르셀로나에서의 무대다. 카레라스는 1987년 생존확률이 10%에 불과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1년 여의 투병 끝에 돌아온 그는 1990년 이탈리아 로마 월드컵을 앞두고 파바로티, 도밍고와 함께 무대에 선 '스리 테너'로 전세계에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본래 이 공연은 일회성 이벤트였지만 15년 동안 지속됐고 음반은 2,300만장이 팔려나갔다.

카레라스는 이번 투어가 끝나는 2년 반 후면 정말로 은퇴할 때가 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은퇴를 생각하면 벌써 우수에 젖게 됩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은퇴하는 게 인생의 법칙이겠죠.” 은퇴를 한다고 해도 카레라스의 목소리를 못 듣게 되는 건 아니다. 투병 후 설립한 자신의 백혈병 재단을 위한 자선 공연에 꾸준히 나설 예정이다. “만약 은퇴를 하게 된다면 그 날은 슬픈 날이 아니라 행복한 날일 거예요. 47년 간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주신 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는 자리니까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