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한 청각장애 여성의 아름다운 기부… “제가 받은 도움, 베풀고 싶어요”

알림

한 청각장애 여성의 아름다운 기부… “제가 받은 도움, 베풀고 싶어요”

입력
2017.03.23 09:59
0 0

“장애 이유만으로 복지혜택 미안

연말까지 120만원 기부하겠다”

손 편지와 돈봉투 놓고 사라져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22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농동 주민센터에 전달된 돈 봉투와 편지. 용인시 제공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22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농동 주민센터에 전달된 돈 봉투와 편지. 용인시 제공

한 청각장애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달라며 손 편지와 돈이 든 봉투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농동 주민센터에 놓고 가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23일 용인시에 따르면 익명을 요청한 청각장애인 여성 A씨가 지난 22일 서농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회복지 담당 직원에게 봉투 하나를 툭 던지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A씨가 두고 간 봉투에는 손 편지와 함께 손때 묻은 1,000원짜리 지폐 63장(6만3,000원)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이번에 보청기를 119만원에 구입했어요. 그래서 고마워서 되는대로 돈을 조금씩 모아서 1년 동안 120만원을 가져올 테니 부모 없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주시면 고맙겠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또 ‘제가 아직 학생이라 돈을 못 벌고 있어서 조금씩 되는대로 드릴께요’라고 덧붙였다.

A씨의 봉투를 갑작스럽게 전달받은 주민센터 직원은 A씨를 붙잡으러 급하게 따라 나갔으나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서농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그 여성이 이전에 주민센터를 찾아와 보청기 관련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며 “복지카드를 발급해 줘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 고마워서 기부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시 A씨는 “어려운 형편이 아닌데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라에서 받는 지원이 정말 많은 것 같다”며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데도 혜택을 받는 것이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정감이 넘치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미담”이라며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더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웃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