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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 꿈꾸는 사채시장, 여전히 성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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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 꿈꾸는 사채시장, 여전히 성업중

입력
2015.10.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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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흡수·단속 강화에도

의뢰인들 문의 전화 빗발 쳐

업자 "기복 있지만 불황 없는 사업"

“예전만 못하지만 잘 하면 큰 돈을 만질 수 있습니다.”

서울 명동에서 20년 이상 대부중개업자로 일해온 5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말 기자를 만나 사채 예찬론을 폈다. 고금리와 협박 등 섬뜩한 단어들이 떠오르지만 사채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요새 어렵지 않냐’고 묻자 “기복은 있지만 불황이 없는 사업”이라는 대답이다. A씨는 “제도권으로 많이 흡수되고 단속도 심해졌지만 사채를 찾는 수요가 크게 줄어든 건 아니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에도 A씨는 돈을 빌리려는 의뢰인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과 세무당국의 단속강화, 이자율 상한 규제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채시장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명동에서 12년 동안 일했던 전직 사채업자 B씨는 명동 한복판의 K빌딩과 U빌딩을 가리키며 “명동엔 중국 관광객만 넘치는 게 아니다. 빌딩 안으로 들어가면 돈 놀이하는 사무실이 넘친다”고 전했다. 명동 사채시장의 주무대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 사채놀이가 아니라 기업 대출과 부동산 투자다. 한 사채업자는 “연말 잔고증명 등으로 안전하게 돈 벌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업 사채에 비하면 용돈벌이 수준”이라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명동 사채업자들은 대체로 두 가지 철칙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많이 버는 것보다 빌린 돈을 제대로 받는 게 중요하다. 상환기간은 짧을수록 좋고 아무리 길어도 3개월 넘으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취직 못한 대학생·조기 퇴직자

"밑바닥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다"

일확천금 욕심에 취업 발길도

젊은 층의 취업난과 조기퇴직에 따라 기현상도 보인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인베스트먼트’라는 간판을 달고 사채업을 하고 있는 C씨는 지난해 사무실을 찾아온 대학생들을 돌려 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큰 돈을 벌고 싶다는 거예요. 취업도 힘든데 휴학하고 밑바닥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거에요.” 최근에는 금융업에 종사했던 퇴직자들이 알음알음으로 사채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C씨는 귀띔했다.

단기간에 거액을 벌어들이고 갑부가 된 자산가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일확천금을 꿈 꾸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수천억 원을 주무르며 큰 손 역할을 해온 거물 사채업자 5, 6명의 이름은 이 바닥에서 자주 회자된다. 최근엔 5억 원으로 시작해 4년 만에 100억 원을 벌어 들인 중소 사채업자가 명동에서 화제가 됐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약진으로 지난해 대부업체의 전체 대부액은 5년 전보다 2배 증가한 1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신고되지 않았거나 축소 신고된 거래까지 포함하면 거래금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지하 사채시장 규모는 공식적으로 통계에 잡힌 것보다 5배 정도 많다고 보면 된다. 적게 잡아도 50조원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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