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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대학생 10명 중 7명 "편입·재수 해서라도 명문대 가야"

입력
2014.12.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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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에 따른 차별 많다" 93.7%

서울 한 사립대 2학년 A(20)씨는 이른바 ‘SKY 대학’(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의 학사 편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A씨가 다니는 대학도 중상위권에 속하지만 평생 따라붙는 ‘학벌의 꼬리표’를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않다. 편입 준비를 위해 수업은 학점에 후한 교수들의 강의로 골랐다. 공강 시간에는 틈틈이 편입을 위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수업이 끝나면 독서실로 향한다. A씨는 “대학 간판보다 실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막상 사람을 만나면 대뜸 학교 이름부터 묻는 게 우리 사회”라며 “더 떳떳하게 살고 싶어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0~24일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 300명(남성 160명, 여성 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미래를 위해서라면 편입이나 재수를 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낫다’는 항목에 10명 중 7명(74.7%)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대학생 10명 중 3명(26.3%) 가량은 편입이나 재수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대학을 ‘지성의 전당’으로 여기기 보다 ‘사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학생들은 학벌에 따라 경제적ㆍ사회적 대우가 현저히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학력에 따른 차별이나 불평등이 많다’는 항목에 93,7%가 ‘그렇다’고 답했다. 90%는 ‘학력이 직업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고, 73%는 ‘학력이 좋아야 수입도 좋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10명 중 7명(72%)은 ‘학벌이 좋아야 원하는 배우자를 만나기 쉽다’고 생각했다. 학벌이 취업뿐 아니라 결혼 등 인생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여기는 것이다.

편입이나 재수를 고려했던 학생들은 ‘더 원하는 대학이 있어서’(35.4%), ‘더 원하는 학과ㆍ전공이 있어서’(17.7%)라고 답해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ㆍ전공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학생(96명)의 25%(24명)는 전공에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전공의 학업 내용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55.3%), ‘원하는 직업ㆍ직장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29.2%), ‘남들에게 내세울 수 없어서’(12.5%) 등의 이유였다.

또 대다수 학생들이 우리사회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취업 시험이나 면접이 공정하지 않다’(76.7%), ‘우리사회에서는 배경이 실력보다 중요하다’(74.7%)고 답했다.

김지애 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은 “학생들은 학벌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출신 학교로 인한 경제적ㆍ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오히려 더 학벌을 쟁취하기 위해 뛰어든다”며 “우리사회 청년들의 삶이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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